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엔트로피는 같은 겉모습을 만들 수 있는 미시 상태의 가짓수를 뜻해요. 볼츠만 식으로 쓰면 엔트로피는 그 가짓수에 로그를 취한 값에 비례하는데, 가짓수가 딱 1이면 로그 1은 0이니 엔트로피가 0이 돼요. 제3법칙은 절대영도에서 완전결정의 가짓수가 정확히 하나로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분자운동과의 관계는 이래요. 온도가 있다는 건 분자들이 진동하고 회전하며 에너지를 여러 방식으로 나눠 갖고 있다는 뜻이에요. 같은 총에너지라도 분자 하나가 많이 흔들리고 다른 건 덜 흔들리는 식으로 배분하는 방법이 무수히 많아서, 그만큼 미시 상태도 많아요. 온도를 낮추면 분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배분 방법의 가짓수도 줄어요. 절대영도에 이르면 모든 분자가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즉 바닥 상태에 머물러요. 배분할 에너지 자체가 없으니 가능한 배치가 하나뿐인 거예요.
여기서 완전결정이라는 조건이 중요해요. 원자들이 결정 격자의 정해진 자리에 한 치 어긋남 없이 배열돼야 가짓수가 1이 돼요. 결정에 결함이 있거나 원자가 두 가지 방향 중 아무렇게나 놓일 수 있는 물질은 절대영도에서도 배치 방법이 여러 개라 엔트로피가 0이 되지 않아요. 얼음이 대표적인데, 수소 원자가 놓일 자리에 선택지가 남아 있어 잔류 엔트로피가 측정돼요. 유리처럼 무질서하게 굳은 물질도 마찬가지고요.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어요. 절대영도에서도 분자운동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아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영점 진동이라는 최소한의 흔들림이 남아요. 다만 이 진동도 가장 낮은 단 하나의 상태라서 가짓수는 여전히 1이에요. 그리고 제3법칙에서 함께 나오는 결론이 절대영도에는 유한한 단계로 도달할 수 없다는 거예요. 냉각할수록 한 단계로 낮출 수 있는 온도 폭이 줄어들어 무한히 가까워질 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