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린 물은 버리시는 것이 맞습니다. 아깝다고 그 물로 그냥 삶으면 오히려 손해가 큽니다. 다만 같은 콩물이라도 불린 물과 삶은 물은 성질이 전혀 달라서, 삶은 물 쪽은 쓸 데가 꽤 있습니다.
불리는 동안 물로 빠져나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배에 가스를 만드는 당 성분, 떫고 비린 맛을 내는 성분, 그리고 몸에서 철분이나 아연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성분입니다. 콩을 불려서 물을 버리는 과정 자체가 이것들을 덜어 내는 조리 단계인 셈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하시려면 불리는 도중에 한 번쯤 물을 갈아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여름에는 실온에 오래 두면 물이 상하기 쉬우니 냉장고에 넣고 불리시고, 마지막에 맑은 물로 한 번 헹군 뒤 새 물을 부어 삶으시면 맛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버리시더라도 그냥 하수구에 흘리기 아까우시면 식은 뒤에 화분에 주셔도 됩니다. 다만 소금이나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물이어야 하고, 자주 주면 물이 상하면서 벌레가 꼬일 수 있으니 가끔 정도가 적당합니다.
반대로 정말 아까운 것은 삶은 물입니다. 특히 병아리콩을 삶고 남은 걸쭉한 물은 아쿠아파바라고 해서, 거품기로 치면 계란 흰자처럼 단단하게 올라옵니다. 계란을 못 드시는 분들이 머랭이나 마요네즈를 만들 때 대신 쓰는 재료입니다.
일반 콩 삶은 물도 국이나 찌개의 육수로 조금씩 섞어 쓰시면 구수한 맛이 더해집니다. 콩국수를 만드실 때도 삶은 물을 조금 남겨 두었다가 농도를 맞추는 데 쓰시면 좋습니다. 다만 오래 두면 쉽게 상하니 냉장 보관하고 이삼일 안에 쓰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불린 물은 버리시고 삶은 물은 챙기시면 됩니다. 불린 물을 버리는 이유가 아까워서 못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덜어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헷갈리지 않고 구분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