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모글로빈(hemoglobin) 8점대는 단순히 "약간 낮은" 수준이 아니라, 중등도 빈혈로 분류되는 수치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성인 여성은 12g/dL 이상이 정상인데, 8점대면 그보다 상당히 낮은 거예요. 몇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 수치가 나왔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증상이 없다고 느끼시는 건, 사실 몸이 만성적으로 낮은 산소 공급 상태에 적응해버린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급성으로 헤모글로빈이 떨어지면 바로 증상이 생기지만, 천천히 오랫동안 낮아진 경우엔 뇌와 심장이 그 상태를 기준치로 받아들이거든요. 그러니 지금 불편함을 못 느낀다고 해서 괜찮은 상태가 아닙니다.
철분제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원인이 철 결핍성 빈혈(iron deficiency anemia)이라면 철분제가 맞는 치료이고 실제로 수개월 뒤 체력이나 집중력이 달라졌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빈혈의 원인은 철 결핍 외에도 비타민 B12 결핍, 엽산 결핍, 만성 질환, 드물게는 혈액 질환 등 여러 가지가 있어서, 원인 확인 없이 철분제부터 복용하는 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원인이 다른데 철분을 과잉 섭취하면 오히려 간이나 장기에 부담이 생길 수 있거든요.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건 내과 또는 혈액내과 방문입니다. 혈액 검사 한 번이면 철분, 페리틴(ferritin), 엽산, B12 수치를 같이 확인할 수 있고, 원인이 파악되면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몇 년째 같은 수치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방치보다는 진단을 받아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