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의 심리적 후유증은 임상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불안과 우울이 지속되는 비율이 연구마다 다르지만 20에서 40% 수준으로 보고되고, 재발에 대한 공포는 거의 대부분의 생존자가 경험합니다. 신체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어도 이 상태가 일상 기능을 실질적으로 떨어뜨린다면 그건 치료가 끝나지 않은 겁니다.
의료가 완치 후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암 생존자 관리 프로그램, 종양 심리학, 완화의료의 확장이 국제적으로 표준 논의 안에 들어와 있고 — 한국도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생존자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어요. 다만 접근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대형 센터에서 치료받은 환자와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사이에 사후 관리 격차가 상당합니다.
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신체 치료 중심으로 설계된 건강보험 구조가 정신건강 개입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게 현실적인 장벽입니다. 암 치료 후 정신건강의학과 연계나 심리상담에 대한 급여 범위가 제한적이고, 주치의가 퇴원 후 심리 상태를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구조도 아직 미흡합니다.
다만 "의료가 책임진다"는 표현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완치 후 삶의 질은 의료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지지, 직장 복귀, 가족 관계 등 의료 바깥의 요소들과 얽혀 있습니다. 의료가 그 전부를 떠안는 구조보다는, 의료가 심리적 문제를 조기에 포착하고 적절한 자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지지 체계와 맞물리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