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열기구 그림이 나오는 검사기계는 자동굴절검사기인데, 이건 안구의 굴절력, 즉 빛이 망막에 정확히 초점을 맺는지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근시나 원시, 난시처럼 눈의 광학적인 구조 문제를 보는 거고, 이 수치는 알레르기성 염증으로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염증이 굴절력 자체를 바꿀 만큼 각막이나 수정체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0.25 정도의 오차 안에서 비슷하게 나온 건 충분히 가능한 결과입니다.
질문자님이 느끼시는 "흐릿함"이라는 게, 굴절 이상으로 인한 흐릿함과는 다른 종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비염으로 인한 안구 표면 염증이 있으면, 눈물막이 불안정해지고 결막이 부으면서 눈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빛이 눈 안으로 들어올 때 고르게 굴절되지 못하고 산란되면서, 마치 안개 낀 유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시야가 흐릿하거나 침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건 굴절검사기로는 잡히지 않는 부분이고, 안과에서 세극등 검사로 안구 표면과 눈물막 상태를 직접 봐야 확인되는 영역입니다.
결막이 부어있거나 눈물층이 불안정한 경우, 시력 자체의 숫자는 정상으로 나오면서도 환자가 느끼는 시야의 질, 즉 선명도나 대비감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의학적으로는 "시력은 정상이지만 시질은 저하된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지금 처방받으신 알레르기 약을 충분한 기간 사용하시면서, 흐릿함이 호전되는지 지켜보시는 게 우선입니다. 보통 결막 부종이나 눈물막 불안정이 가라앉으면서 흐릿한 느낌도 함께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약을 일주일 이상 사용했는데도 흐릿함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심해진다면, 그때는 안과에서 세극등 검사로 안구 표면 상태를 한 번 더 확인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