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무렵 겪으셨던 그 사건은 어린아이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배신'으로 기억될 만합니다. 내가 한 행동이 타인에 의해 탄로 나고, 그로 인해 보호자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그 과정은 분명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와 경계심을 남겼을 것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몇 가지 관점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 1. 그것은 '고질병'이 아니라 '자기 보호 기제'입니다
'친구는 믿을 게 못 된다'라는 생각은 병이 아니라, 당시 당신의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구축한 **심리적 방어벽**입니다. 9살의 당신이 느꼈던 당혹감과 배신감은 너무나 컸기에,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친구는 위험하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이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심리적 적응 과정입니다.
### 2. 성인이 된 지금, 그 시절의 필터를 점검할 때입니다
9살 때의 판단 기준은 어린아이들의 세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고, 타인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상황을 중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인간관계의 양상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당시의 사건을 현재의 인간관계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마치 **'어린 시절에 겪은 교통사고 때문에 평생 차를 타지 않기로 결심한 것'**과 비슷합니다. 사고의 기억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이동 수단을 전부 거부해야 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 3. '친구'의 정의를 재구성해보세요
친구를 '나의 비밀을 공유하고, 나를 무조건 지지해 주는 존재'로 정의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의 인간관계는 훨씬 더 다층적입니다.
* **얕은 관계:** 가끔 만나 취미를 즐기는 관계
* **목적 기반 관계:** 정보나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 **깊은 관계:**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을 들여 검증된 관계
친구를 '믿어야 할 대상' 혹은 '없어도 되는 존재'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마세요. 그저 **'내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로 범위를 좁히고, 그 안에서 아주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연습을 해도 충분합니다.
### 4. 이 생각이 정말 '고질병'일까요?
영원히 못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생각은 당신이 수십 년간 굳혀온 세계관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굳이 친구를 많이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은 당신의 평온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무조건 나를 배신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당신의 일상에서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유발하고 있다면, 그것은 조금씩 다듬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9살 아이는 그 친구들을 보며 상처받았지만, 지금의 당신은 그때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당신을 가두지 않도록, 사람을 대할 때 과거의 필터를 잠시 끄고 상대방의 현재 행동만을 보는 연습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