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상은 두 개의 편광 필터가 서로 직각으로 겹쳤을 때 빛이 차단되는 원리 때문에 생깁니다. 빛은 사방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파동인데, 편광 필터는 이 중에서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막아 버리는 일종의 빛의 빗살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핵심은 스마트폰 화면과 편광 선글라스가 둘 다 이런 편광 필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이미 한 방향으로 정렬된 편광 상태로 방출됩니다. 특히 LCD는 구조상 액정 뒤에 편광판이 들어 있어 빛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며 나오고, OLED 화면도 외부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해 원형 편광판을 덧대는 경우가 많아 역시 편광된 빛을 냅니다. 한편 편광 선글라스는 수면이나 도로에서 반사되어 올라오는 눈부신 빛, 즉 주로 수평으로 진동하는 반사광을 막도록 설계되어 있어, 세로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키도록 필터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폰을 세로로 들면 화면에서 나오는 빛의 진동 방향과 선글라스 필터의 통과 방향이 어느 정도 일치해 화면이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폰을 가로로 눕히면 화면에서 나오는 편광된 빛의 진동 방향이 90도 회전하면서 선글라스 필터의 통과 방향과 직각으로 어긋나게 됩니다. 두 편광 필터가 서로 수직으로 교차하면 첫 번째 필터를 통과한 빛이 두 번째 필터에서 거의 전부 막히기 때문에, 마치 전원이 꺼진 것처럼 화면이 새까맣게 변하는 것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폰을 비스듬히 돌리면 다시 보이는 이유도 같은 원리입니다. 두 필터가 이루는 각도가 직각에서 벗어나 비스듬해지면 빛의 일부가 다시 통과할 수 있게 되어 화면이 어둡게라도 보이기 시작하고, 각도가 더 맞춰질수록 점점 밝아집니다. 통과하는 빛의 양은 두 필터 사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각도가 0도에 가까우면 가장 밝고 90도에 가까우면 가장 어두워지는 규칙적인 관계를 따릅니다.
정리하면 이 새까만 현상은 선글라스나 폰의 고장이 전혀 아니고, 화면이 내보내는 편광된 빛과 선글라스의 편광 필터가 직각으로 만나 빛이 차단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광학 현상입니다. 영상을 편하게 보시려면 폰을 약간 비스듬히 기울이시거나, 편광 기능이 없는 일반 선글라스를 쓰시면 이런 어두워짐 없이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