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가 길어지는 건 멋 부린 게 아니라 한 번호 안에 정보를 두 개 담으려고 그런 겁니다. 101동은 그냥 백한 번째 동이 아니라 일 단지의 일 번 동이라는 뜻이에요. 1013동이면 십 단지 십삼 번 동이 되는 식이고요. 앞자리가 단지나 블록, 뒷자리가 그 안에서의 순번입니다.
이게 왜 필요하냐면, 요즘 대규모 택지지구는 한 아파트 이름 아래 단지가 여러 개 들어섭니다. 여기서 일 동부터 순서대로 쭉 매겨버리면 삼십 몇 동이 어느 단지 소속인지 알 수가 없어요. 관리사무소도 다르고 출입구도 다른데 말이죠. 앞자리만 보면 바로 갈라지니까 택배 기사님이나 소방, 구급 대원 입장에서는 이쪽이 훨씬 빠릅니다.
또 하나는 나중에 손볼 여지입니다. 단지 하나에 동이 추가되거나 재건축으로 일부만 헐릴 때, 번호가 단지별로 끊겨 있으면 그 단지 안에서만 정리하면 됩니다. 통으로 이어 붙여놨으면 번호를 전부 다시 매겨야 하고, 그러면 등기부터 주소까지 줄줄이 바뀝니다.
호수도 같은 논리예요. 1501호는 십오 층 일 라인이라는 뜻이라, 주소만 듣고도 몇 층인지 바로 나옵니다. 불이 났을 때 이게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동이 한두 개뿐인 나홀로 아파트는 그냥 일 동, 이 동으로 씁니다. 번호가 길다는 건 그만큼 단지가 크다는 신호인 셈이에요.
참고로 같은 라인은 배관이 위아래로 쭉 이어져 있어서, 윗집을 찾으실 때는 호수에 백을 더하시면 됩니다. 누수나 층간소음이 유독 라인 따라 번지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