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들을 하나씩 보면, 사실 여러 문제가 겹쳐있는 상황입니다. 정리해 드릴게요.
먼저 한 달 전 심박수 170bpm 에피소드부터요. 홀터 72시간에서 잡히지 않았다고 해서 부정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SVT, Supraventricular Tachycardia) 같은 경우는 짧게 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운 나쁘게 검사 기간에 안 터지면 그냥 지나갑니다. 심장순환기내과에서 이미 부정맥일 것 같다고 하셨다면, 사건 기록기(Event recorder) 장기 부착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또한 갑상선 기능도 확인이 필요한데, 과호흡이나 빠른 심박수, 더위, 불안감이 함께 나타날 수 있거든요.
지금 주된 불편감인 명치 답답함, 소화불량, 등 통증, 트림 전 고통, 구역감은 역류성 식도염 혹은 기능성 소화불량 패턴과 잘 맞습니다. 위염과 식도염이 이미 확인됐으니 약물 치료 방향은 맞는데, 한 달이 지나도 호전이 없다면 약 종류나 용량 조정이 필요하거나, 헬리코박터 검사가 아직 안 됐다면 이것도 체크해봐야 합니다. 식도 운동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어서, 식도 내압 검사(Esophageal manometry)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복부 CT에 대해선, 초음파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하셨지만 초음파는 가스나 체형에 따라 안 보이는 부위가 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고 체중이나 식욕 변화, 혈변 같은 게 동반된다면 CT를 찍는 게 맞는데, 지금 증상만으로는 당장 필수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담도계 문제나 췌장 초기 병변은 초음파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담당 내과 선생님께 다시 상의해보세요.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심박수 급상승으로 시작된 공포 경험 이후, 외출도 힘들고, 증상에 계속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면 신체 증상과 불안이 서로 악화시키는 고리가 형성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이건 "정신적인 거니까 꾀병"이 아니라, 자율신경계가 실제로 과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혹은 신경과 진료가 꺼려지신다면, 내과에서 먼저 언급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뇨 전단계와 고지혈증, 과체중이 함께 있다는 게 배경으로 중요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위 운동이 느려지는 경향이 있고(위마비, Gastroparesis 전 단계), 소화 증상이 만성화되기 쉽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부분을 관리하는 게 근본 치료와 연결됩니다.
지금 당장 가셔야 할 곳은, 현재 처방을 받은 내과로 다시 가서 한 달 치료 후 호전이 없음을 명확히 말씀하시고 약 재조정 혹은 추가 검사 의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심장순환기내과에도 다시 가서 장기 사건 기록기 부착 여부를 물어보시고요. 갑상선 호르몬 검사와 공복 혈당 재확인, 헬리코박터 검사가 아직 안 됐다면 이것도 같이 챙겨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