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버릴지 말지를 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그 제품을 팔 수 있는 마지막 날이지, 먹을 수 있는 한계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섭취 가능한 기한은 소비기한이고, 보통 유통기한보다 상당히 길게 잡힙니다.
홍초처럼 산도가 높은 음용 식초는 그 여유가 더 큽니다. 산성 환경 자체가 세균이 자라기 어려운 조건이라, 우유나 어묵처럼 상하는 속도가 빠른 식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식초는 원래 보존을 위해 쓰이던 재료입니다.
질문 내용에서 조건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뚜껑을 따지 않은 미개봉 상태였고, 계속 냉장고에 있었으며, 4월 21일 기준이면 넉 달 남짓 지난 정도입니다. 개봉해서 실온에 몇 달 둔 경우와는 위험도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도 확인해 보실 부분은 있습니다. 병을 밝은 곳에 대고 안에 떠 있는 덩어리나 실 같은 부유물이 있는지, 표면에 흰 막이 생기지 않았는지 보시면 됩니다. 뚜껑을 열 때 가스가 빠지는 소리가 나거나 병이 부풀어 있었다면 그건 발효가 진행된 신호입니다.
참고로 식초 표면에 생기는 흰 막은 초산균 막이라고 해서 상한 것이 아니라 식초가 더 발효된 흔적입니다.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향과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걸러 가면서 드실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맛을 보셨고 냄새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면 사실상 결론은 나와 있습니다. 상한 식초는 시큼한 향 대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단맛이 사라지고 쓴맛이 올라와서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알아차리게 됩니다.
정리하면 미개봉 냉장 보관에 이상 징후가 없으니 드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개봉하신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지니 반드시 냉장에 두시고, 뚜껑에 개봉한 날짜를 적어 두신 다음 두어 달 안에 소진하시는 쪽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