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가 전기를 기기 쪽으로 밀어 넣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전압을 정하는 쪽은 충전기가 아니라 기기예요. 고속충전기도 꽂자마자는 기본인 5볼트로 시작하고, 9볼트나 12볼트로 올라가는 건 기기가 그렇게 해 달라고 신호를 보냈을 때뿐입니다.
그래서 일반 충전만 되는 제품은 애초에 그 요청을 할 줄 모르니 계속 5볼트만 받습니다. 오래된 패드도 마찬가지예요. 충전 속도가 원래 속도 그대로일 뿐, 고전압이 들어가서 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럼 보신 그 선풍기 사진은 왜 그렇게 됐을까요. 그런 사고는 대개 전압이 아니라 접촉 쪽에서 시작됩니다. 단자가 헐거워졌거나 먼지가 끼면 실제로 맞닿는 면적이 확 줄어드는데, 좁아진 그 지점으로 전류가 몰리면서 열이 납니다. 전기가 지나가는 길이 좁을수록 그 자리가 뜨거워지는 원리예요.
고속충전기가 여기에 얽히는 부분은 전압이 아니라 전류입니다. 같은 5볼트라도 고속충전기는 2암페어에서 3암페어까지 흘려줄 수 있는데, 오래된 마이크로 5핀 단자나 얇은 저가 케이블은 그만한 전류를 오래 견디도록 만들어진 물건이 아닙니다. 헐거워진 단자에 큰 전류가 겹칠 때 타는 겁니다.
그래서 기준을 이렇게 잡으시면 편합니다. 충전 중에 충전기 몸통이 따뜻한 건 정상이지만, 케이블이 꽂힌 부분이나 기기 단자가 손대기 힘들 만큼 뜨거우면 그 조합은 바로 바꾸세요. 꽂았을 때 헐렁하게 흔들리는 기기도 같은 신호로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휴대폰이든 오래된 패드든 그냥 쓰셔도 되고, 선풍기처럼 단자가 낡고 헐거워진 소형 가전은 원래 딸려 온 어댑터나 5볼트 1암페어에서 2암페어짜리로 충전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고는 고속충전기 자체보다 낡은 단자와 싸구려 케이블 쪽에서 훨씬 자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