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태초의 자기복제자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유전정보를 물려받았나?

이기적유전자를 조금 읽었는데, 태초의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거 맞나요?

그럼 우리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모두 태초의 유전자의 복제본이고, 우리 모두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시기의 유전정보를 물려받았나요?

가령 A라는 태초의 유전자가 복제를 거듭하여 수많은 생물들이 만들어졌고, A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B라는 별도의 자기복제자가 A보다는 한참 뒤에 출현해서 바다위에 떠다니다가 스스로 자기복제를 해서 A와는 다른 계열의 생물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건가요?

4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질문하신 내용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인 자기복제자와 생명의 기원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우리는 태초의 생명체로부터 이어진 유전적 계보를 물려받았지만, 태초부터 존재했던 모든 유전정보를 빠짐없이 물려받은 것은 아닙니다. 또한 A와 별개인 B라는 자기복제자가 독립적으로 출현하여 별도의 생명 계통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생명의 초기 단계에서 자신과 비슷한 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기복제자가 출현했을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초기 지구의 원시 바다에서 어떤 분자가 주변의 물질을 이용해 자신의 복제본을 만들어 냈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복제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하면 서로 조금씩 다른 복제본들이 생겨납니다. 이 가운데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더 빠르게 복제되는 분자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오랜 시간 누적되면 복제자들 사이에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적 모형이며, 최초의 자기복제자가 정확히 어떤 분자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등장했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의 유전자는 태초의 자기복제자와 어떤 관계일지 생각해보자면,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복제를 거듭하면서 계통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DNA에는 세포의 기능, 신체의 발달, 물질대사 등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이 정보는 부모에게서 자손으로 전달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조상과 다른 영장류의 조상, 포유류의 조상, 초기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의 조상으로 이어지는 긴 계보를 가집니다. 현재 알려진 모든 세포성 생명체는 매우 오래된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물학에서는 이러한 공통 조상을 보통 최종 보편 공통 조상, 즉 LUCA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LUCA가 반드시 지구 최초의 생명체였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인데요, LUCA는 오늘날 살아 있는 세포성 생명체들의 공통 조상을 가리킵니다. 그보다 먼저 다른 생명체나 생명의 초기 형태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러한 계통이 모두 멸종했는지, 일부 유전정보가 다른 계통으로 전달되었는지 등은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유전정보가 지구 최초의 자기복제자에게서 직접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여러 초기 복제자와 생명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거쳐 이어진 것인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초기 생명체나 자기복제자 사이에서는 유전정보가 한 계통에서 다른 계통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오늘날 세균과 고세균 등에서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이는 유전정보가 부모에서 자손으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통 사이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생명의 역사를 단순히 A에서 A의 자손으로, 다시 그 자손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나무로만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생명의 초기 단계에서는 계통 간 유전정보 교환이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붉은안경곰135님. 이중철 전문가입니다.

    질문자님께서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시며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아주 깊이 있고 좋은 질문을 남겨주셨군요.

    먼저, 우리는 태초에 등장한 자기복제자의 연속적인 복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생명체가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유전 정보를 빠짐없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현재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서로 다른 여러 조상이 아닌 단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 현대 과학계의 정설입니다. 질문해주신 세 가지 궁금증을 바탕으로 하나씩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태초의 자기복제자와 우리의 관계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 내용처럼, 40억 년 전 지구 초기의 바다에서 우연히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화학 분자인 자기복제자가 탄생했습니다. 이 자기복제자들은 거친 환경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잘 복제하기 위해 단백질로 된 보호막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오랜 세월 진화하여 오늘날의 세포를 이루고 마침내 복잡한 생명체인 우리가 되었습니다. 즉, 인간을 포함한 현재의 모든 생명체는 태초의 자기복제자가 수십억 년 동안 복제와 생존을 거듭하며 만들어낸 운반체, 생존 기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질문하신 내용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정확한 이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과거의 유전 정보를 모두 고스란히 물려받았을까?

    우리가 태초의 유전자로부터 단절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은 맞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유전 정보를 전부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미세한 오류인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생물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면서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남기고, 불필요하거나 생존에 불리해진 유전자는 퇴화시켜 잃어버리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DNA는 태초의 원본 유전자가 수많은 변형과 삭제, 그리고 유전자 중복을 통한 새로운 유전자 추가를 거치며 수십억 년 동안 끊임없이 편집된 결과물입니다. 과거 모든 조상의 유전 정보가 하나도 빠짐없이 누적된 역사책 같은 형태는 아니며, 오직 현재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한 유전 정보들의 집합체라고 보셔야 합니다.

    3. 새로운 자기복제자 출현과 별도의 생명의 계통 가능성

    질문하신 것처럼 태초의 자기복제자 A가 등장한 이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별도의 자기복제자 B가 바다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과학계의 방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인간, 동물, 식물, 아주 작은 세균 등)는 DNA의 구조나 유전 암호를 해독하는 방식 등 생물학적 기본 원리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불리는 단 하나의 생물 공통 조상에서 파생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랍니다.

    만약에,

    과거 원시 지구에 B라는 완전히 새로운 복제자가 나타나 자신만의 계열을 만들려고 시도했더라도, 이미 환경에 완벽히 적응해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선점하고 있던 A 계열의 생물들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했을 것입니다. 결국 뒤늦게 출발한 B 계열은 경쟁에서 밀려 멸종했거나, 진화한 A 계열 생명체의 먹이가 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B 계열에 속하는 전혀 다른 기원의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답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태초의 자기복제자가 쉼 없이 복제와 진화를 거듭해 온 결과물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기나긴 과정 속에서 환경에 맞춰 유전 정보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버려왔기에 과거의 모든 정보를 온전히 짊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완전히 다른 유전 기원을 가진 복제자가 등장했을 수는 있지만, 치열한 생존 경쟁의 결과 현재 지구의 생태계는 단 하나의 성공적인 공통 조상 계열만이 끝까지 살아남아 번성한 결과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질문자님을 포함하여 소중한 분들의 건강, 재산과 안전을 지키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을 다양한 문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를 포함하여 다양한 토픽에서 활동하는 모든 전문가분들의 아하 지식커뮤니티에서의 답변은 예외 없이 참고 용도로만 유용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질문이 3가지 정도로 보여 하나씩 말씀드리면..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의 경우 반은 맞고 반은 다릅니다.

    복제본의 연속성은 맞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가진 DNA는 약 35억~40억 년 전 태초의 자기복제자로부터 단 한 번도 끊이지 않고 복제되어 온 직계 후손입니다.

    다만,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유전정보가 쌓여만 온 것은 아닙니다.

    원시 유전자는 진화적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생존에 유용한 정보는 누적되었지만, 환경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해진 정보는 삭제되거나 다른 정보로 대체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의 유전자는 태초의 모든 기록을 담고있다기 보다, 수십억 년 동안 끊임없이 수정되고 편집, 재구성된 최신판 생존 지침서라는 것이 좀 더 맞습니다.

    세번째 질문은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가능하지만, 실제 지구 생태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포식에 의한 것도 있지만, A 계열의 자기복제자들이 번성하면서 바다속에 존재하던 자기복제에 필요한 원료 유기물들을 이미 대부분 소비한 상태이기에 새로운 B가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같은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먼저도 말씀드렸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유전 암호 체계(DNA/RNA와 20가지 아미노산)를 공유하기 때문이죠.

    최대한 짧게 답을 드리긴 했지만, 리처드 도킨슨이 말하는 자기복제자의 개념을 잘 이해하신 듯 합니다.

  • 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현재 생물의 유전자는 태초 자기복제자의 단순한 복사본이라기 보다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 재조합, 유전자 소실 등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과거 모든 유전정보를 보전한 것은 아닙니다. 최초 생명 이전에는 여러 종류의 자기복제 분자가 경쟁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현존 생물은 공통 조상에서 갈라졌다는 근거가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