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건이 빨리 닳는 건 용량이 작아서라기보다 부하 성격이 달라서입니다. 세차건은 모터라 힘을 쓰다 마는 구간이 있는데, 글루건은 열선이라 켜져 있는 내내 거의 최대 전류를 계속 뽑아요. 그래서 같은 배터리라도 체감 시간이 확 짧아집니다.
다만 이건 뒤집어 보면 계산이 쉽다는 뜻이기도 해요. 열선은 소비 전력이 거의 일정해서 용량을 올린 만큼 시간이 거의 정비례로 늘어납니다. 지금 삼암페어시로 몇 분 쓰시는지 한 번 재보세요. 사암페어시면 그 시간의 약 일점삼 배, 육암페어시면 두 배라고 보시면 거의 맞습니다.
그런데 무게 이야기에서 전제가 하나 어긋나 있습니다. 십팔볼트 팩은 셀을 다섯 개 직렬로 한 줄 쓰느냐 두 줄 쓰느냐로 나뉘는데, 삼암페어시급은 보통 다섯 셀 한 줄이고 사암페어시부터 육암페어시까지는 대체로 열 셀 두 줄입니다. 즉 사암페어시를 사셔도 육암페어시와 무게가 사실상 비슷해요. 가벼움을 노리고 사암페어시로 가시면 무게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짧아지는 셈이라 손해입니다.
그래서 저라면 둘 중 하나로 가겠습니다. 무게를 포기하고 육암페어시를 하나 더 두거나, 가벼움이 중요하면 삼암페어시를 여러 개 돌려 쓰는 쪽입니다. 글루건은 어차피 자리에 앉아서 쓰는 작업이라 무게 부담이 세차건만큼 크지 않기도 하고요. 구매하실 때 상세 사진에서 셀이 몇 개 들어갔는지 보시면 확실합니다.
안전 쪽도 짧게 덧붙일게요. 하단에 케이시 마크가 없다는 건 국내 안전확인 신고를 거치지 않은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보험이나 보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위험 구간은 쓸 때보다 충전할 때입니다. 정품 충전기는 팩 안의 온도 센서와 통신 핀을 읽어서 충전을 끊는데, 호환 팩이 그 부분을 제대로 구현하지 않았으면 충전기가 만충 판단을 못 할 수 있습니다. 충전은 가연물 없는 곳에서, 되도록 자리를 뜨지 않는 시간에 하시길 권합니다.
글루건처럼 계속 최대로 뽑는 기기는 팩이 많이 뜨거워지는데, 손으로 잡기 힘들 만큼 뜨거우면 바로 빼서 식히세요. 호환 팩은 과방전 보호 기준이 느슨한 경우가 있어서 그대로 끝까지 쓰면 셀 수명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