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를 갈아도 이삼 주면 냄새가 돌아오는 이유부터 짚어야 합니다. 냄새의 근원은 필터가 아니라 그 안쪽 에바포레이터 표면이에요. 에어컨을 끄면 차갑던 증발기에 물기가 맺히고, 그 습기 위에서 곰팡이가 자랍니다. 필터는 바람이 지나는 관문일 뿐이라 근원을 안 건드리면 계속 재발합니다.
매번 챙기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그 문제를 아예 없애는 물건이 있습니다. 애프터블로우라는 장치인데, 시동을 끄고 내리면 알아서 송풍을 돌려 증발기를 말려 줍니다. 사람이 기억할 일이 없어져요. 말씀하신 상황에 가장 잘 맞는 답입니다.
장치를 안 다시겠다면 습관을 살짝 바꾸셔도 됩니다. 도착해서 오 분을 더 앉아 있는 대신, 도착 오 분 전에 에어컨만 끄고 외기 송풍으로 바꾸는 겁니다. 내비가 오 분 남았다고 알려 줄 때 버튼 두 번만 누르면 되니 따로 시간을 안 씁니다.
이미 냄새가 시작됐다면 말리는 것만으로는 안 없어집니다. 증발기용 세정제를 쓰셔야 해요. 조수석 글로브박스를 열어 필터를 빼내면 그 안쪽으로 증발기가 있는데, 거기에 대고 뿌린 뒤 십오 분쯤 두었다가 시동 걸고 외기 강풍으로 십 분 돌리고 새 필터를 끼우시면 됩니다. 혼자 하실 수 있는 것 중에는 이게 가장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걸 해도 금방 돌아온다면 배수 호스가 막힌 걸 의심하세요. 에어컨을 켜고 잠시 뒤 차 밑에 물이 뚝뚝 떨어져야 정상입니다. 물이 안 보이거나 조수석 발밑 매트가 축축하면 물이 안 빠지고 안에 고여 있는 거라, 아무리 세정해도 곰팡이가 다시 삽니다.
그리고 내기순환을 오래 켜 두시면 냄새가 빨리 돌아옵니다. 사람 호흡과 음료에서 나온 습기를 계속 차 안에서 돌리는 셈이라 증발기가 더 젖거든요. 매연 구간을 지날 때만 잠깐 쓰시고 평소에는 외기로 두시는 게 좋습니다.
여기까지 해도 안 되면 정비소의 에바 세척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분해하지 않는 세척은 삼만 원대, 뜯어서 하는 건 십만 원대부터로 보시면 돼요. 다만 곰팡이 냄새가 아니라 달달한 냄새가 나면서 앞유리에 기름막이 낀다면 그건 부동액이 새는 것이라 세정으로 해결이 안 되니 바로 정비소로 가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