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이 아닙니다. 꽤 체계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모발의 형태는 모낭(hair follicle)의 모양이 결정합니다. 모낭이 곧으면 직모, 타원형이거나 휘어있으면 곱슬이 됩니다. 그런데 두피 부위마다 모낭의 밀도, 각도, 형태가 다릅니다. 이건 발생학적으로 태아 시기에 이미 결정되는 부분이고, 유전자 발현 패턴이 두피 부위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옆머리와 정수리의 모낭이 처음부터 구조적으로 다르게 만들어진 겁니다.
굵기 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낭의 크기 자체가 다르고, 모유두(dermal papilla, 모발 성장을 조절하는 핵심 구조)에 분포하는 혈관과 신경의 밀도가 부위마다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측두부, 즉 옆머리 쪽 모낭이 더 크고 안드로겐 수용체 밀도도 높아서 굵고 형태감 있는 머리카락이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안드로겐 감수성 차이입니다. 남성형 탈모가 정수리와 앞이마에서 시작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상대적으로 보존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뒷머리와 옆머리 모낭은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서 탈모에 저항성을 가집니다. 모발 이식 수술 시 뒷머리 모낭을 채취해 정수리에 심는 것도 이 특성을 이용한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형태가 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모낭 주변 콜라겐 구조가 달라지고, 호르몬 환경이 바뀌면서 직모였던 사람이 나이 들어 약간 곱슬기가 생기거나, 반대로 부드러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전적 기반 위에 호르몬과 노화가 더해지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