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의 《마약과의 전쟁(Chasing the Scream)》은 기존의 "마약을 없애야 한다"는 관점보다 "왜 사람들이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가"에 더 집중합니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마약을 허용하자"가 아니라, 중독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고립과 단절에 있으며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결이 회복되면 중독 역시 극복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베트남전에서 헤로인을 사용했던 미군 상당수가 귀국 후 가족과 사회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을 중단했고, 포르투갈은 2001년부터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가 아닌 치료 대상자로 접근하면서 중독률과 HIV 감염, 범죄율을 크게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다만 이것이 "마약을 자유롭게 허용하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포르투갈도 마약 판매와 밀매는 여전히 엄격하게 처벌하며, 대신 사용자를 치료와 상담, 직업훈련, 재활 프로그램으로 연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사회적 낙인도 매우 큰 편입니다. 또한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인터넷과 배달 문화 등으로 인해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강압이나 완전한 자유화 사이의 중간 지점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밀매 조직과 공급책은 강력하게 처벌한다.
단순 투약자와 중독자는 치료와 재활 중심으로 접근한다.
정신건강 치료와 가족 상담을 확대한다.
사회 복귀를 위한 일자리와 공동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낙인을 줄여 재범과 재중독을 막는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마약을 얼마나 세게 처벌할 것인가?"보다 "왜 어떤 사람들은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가?"일지도 모릅니다.
강압적 억압만으로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약을 완전히 없애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허용도 위험합니다. 아마 현실적인 해답은 "공급은 엄격하게 막고, 중독된 사람은 치료한다"는 두 방향을 함께 가져가는 것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요한 하리의 책은 바로 그 점, 즉 "마약과 싸우는 것"에서 "중독의 원인과 싸우는 것"으로 시선을 옮겨보자는 문제 제기에 가까운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