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정말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데 막상 설명하려면 어려운 현상이에요. 그리고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어요. 입에서 나오는 공기 온도는 똑같은데, 입술 모양에 따라 그 공기가 주변 공기와 어떻게 섞이느냐가 달라지는 게 비밀이에요. 여기엔 두 가지 원리가 함께 작동하는데 하나씩 풀어볼게요.
가장 큰 원리는 공기의 섞임이에요. 입을 크게 벌려 하고 불면 공기가 천천히 넓게 퍼지면서 나와요. 속도가 느리니까 입에서 나온 따뜻한 공기가 주변의 찬 공기와 별로 안 섞인 채 그대로 손에 도달해요. 그래서 체온에 가까운 따뜻한 입김이 손을 녹이는 거예요. 반면 입술을 좁게 오므려 호 하고 불면 공기가 빠른 속도로 쭉 뿜어져 나와요. 그런데 빠르게 나가는 공기는 주변의 차가운 공기를 함께 빨아들이며 끌고 가요. 좁은 입구로 빠르게 분출된 공기가 주변 공기를 휘말아 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입에서 나온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와 마구 섞이면서 우리 손이나 국물에 닿을 때쯤엔 미지근하거나 시원해지는 거예요.
이 빠른 공기가 주변 공기를 끌어들이는 현상은 실제로 이름이 있어요. 좁은 곳에서 빠르게 나오는 기류가 주위 공기를 빨아들여 함께 흐르게 하는 건데, 분무기나 향수가 작동하는 원리와도 비슷해요. 호 하고 불 때는 입에서 나온 공기 한 줄기가 그 몇 배의 찬 공기를 끌어모아 같이 보내는 셈이라, 도달하는 공기의 평균 온도가 확 내려가는 거예요.
여기에 두 번째 원리가 살짝 더해져요. 입술을 좁게 오므리면 입 안에서는 공기가 약간 압축됐다가 좁은 틈으로 빠져나오면서 살짝 팽창해요. 기체는 갑자기 팽창하면 온도가 조금 내려가는 성질이 있거든요. 압축된 공기가 좁은 출구로 터져 나오며 부풀 때 미세하게 차가워지는 거예요. 이 효과도 호 하고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데 조금 보태져요. 다만 이건 보조적인 요인이고, 주된 원인은 앞에서 말한 찬 공기와의 섞임이에요.
두 원리를 종합하면 이래요. 하고 크게 불면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와 안 섞인 채 천천히 도달해서 따뜻하고, 호 하고 좁게 불면 빠른 공기가 주변 찬 공기를 잔뜩 끌어들이고 살짝 팽창까지 하면서 시원해지는 거예요. 똑같은 체온의 입김인데 입술 모양 하나로 정반대 느낌이 나는 게 참 신기하죠. 추운 날 손을 녹일 땐 입을 크게, 뜨거운 걸 식힐 땐 입술을 좁게라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에 사실은 이런 열역학이 숨어 있었던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