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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남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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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의 작은 입자들을 칼로 우연히 베어낼 수 있을까요?

요리를 취미로 하고 있는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입니다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당근을 도마 위에 올려두고 썰고 있었는데요, 당근을 썰기 위해 칼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식칼로 공기를 가르게 될텐데, 이때 공기중에 떠다니고 있는 작은 곰팡이나 먼지, 나아가 기체 분자까지 운만 좋다면 베어낼 수 있을까요??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까지도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요리하다가 이런 생각까지 뻗어나가는 호기심이 정말 멋져요. 결론부터 말하면 먼지나 곰팡이 같은 입자는 칼로 베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체 분자는 벤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 이유가 입자 크기마다 달라서 하나씩 짚어드릴게요.

    먼저 먼지나 곰팡이 포자 같은 작은 입자부터 볼게요. 이것들을 못 베는 이유는 칼날보다 공기의 흐름이 먼저 입자를 밀어내기 때문이에요. 칼이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움직이면 칼날 앞쪽에 공기가 밀리면서 작은 바람이 생겨요. 그런데 먼지처럼 가벼운 입자는 이 바람에 너무 쉽게 휩쓸려요. 칼날이 닿기도 전에 입자가 공기 흐름을 타고 옆으로 슝 비켜나 버리는 거예요. 칼이 다가오는 속도보다 입자가 밀려나는 게 빨라서 칼날과 만날 일이 거의 없는 거죠. 작은 솜털을 칼로 자르려 해도 바람에 날려서 안 잘리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운이 좋다면이라고 하셨는데, 확률이 0은 아니지만 거의 0에 가까울 만큼 낮아요.

    게다가 벤다는 게 뭔지 따져보면 더 어려워져요. 무언가를 벤다는 건 칼날이 그 물체의 결합을 끊어서 둘로 가르는 거예요. 당근은 세포들이 단단히 연결돼 있어서 칼이 그 연결을 끊으며 잘려요. 그런데 먼지 한 알갱이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덩어리라, 운 좋게 칼날에 닿는다 해도 베인다기보다 그냥 칼에 부딪혀 튕겨 나가거나 칼날에 들러붙을 가능성이 훨씬 커요. 너무 작고 가벼워서 칼날의 힘을 받기보다 충격을 흘려보내 버리는 거예요.

    이제 기체 분자로 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기체 분자는 벤다는 개념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요. 산소나 질소 같은 기체 분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로 공기 중을 떠다니는 게 아니라, 사실 칼날 표면의 금속 원자들 사이로 충돌하고 튕기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칼이 공기를 가른다고 할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칼날 원자와 기체 분자가 수없이 부딪히는 거예요. 베는 게 아니라 부딪히고 밀어내는 거죠. 분자를 둘로 가르려면 칼로 써는 힘이 아니라 분자 안의 화학 결합을 끊을 만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건 칼질이 아니라 아주 높은 온도나 특수한 반응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기체 분자는 베이는 게 아니라 칼 주위를 흐르며 비켜가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칼날을 아무리 날카롭게 갈아도 원자 단위로 보면 칼날 끝은 결코 뾰족한 한 점이 아니라는 거예요. 현미경으로 보면 칼날 끝도 울퉁불퉁한 원자들의 덩어리예요. 그래서 분자 하나를 정확히 겨냥해 가른다는 건 칼이라는 도구의 정밀함을 한참 넘어서는 일이에요.

    정리하면 먼지나 곰팡이는 칼날이 만드는 바람에 먼저 밀려나서 베기 어렵고, 기체 분자는 애초에 벤다는 개념이 통하지 않고 칼 주위를 흐르며 비켜갈 뿐이에요. 당근은 잘리는데 공기 중 입자는 안 잘리는 이유가, 크기가 작아질수록 칼날의 힘보다 공기의 흐름과 분자의 움직임이 지배하는 세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랍니다. 일상의 칼질 속에 이런 물리가 숨어 있다는 걸 떠올리신 것 자체가 과학자의 시선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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