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평소엔 그냥 늘 곁에 있으니까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 문득 그 물건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가 있죠. 신기하게도 그런 건 값이 비싸고 새것일 때보다, 오래 써서 손때가 묻고 나랑 시간을 같이 보낸 물건일수록 더 그래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물건 자체가 특별해서라기보다 그 물건에 배어 있는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시계를 차고 다녔던 시절, 그 물건을 준 사람, 함께 지나온 순간들이 물건에 스며들어 있어서, 물건을 보면 그 시간이 같이 떠오르는 거죠. 그래서 가격표로는 설명이 안 되는 나만의 가치가 생기는 거고요.
특히 그게 없어지거나 망가지면 유독 마음이 쓰이는 건, 물건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거기 담긴 추억의 한 조각이 같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낡은 지갑 하나, 오래된 머그컵 하나에도 사연이 있으면 쉽게 못 버리게 되잖아요.
저는 그런 물건들을 만나면 오히려 반가워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사실은 내 하루하루를 조용히 함께해 왔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니까요. 소중한 게 꼭 대단한 게 아니라 늘 가까이 있던 익숙한 것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순간이라, 그럴 때마다 곁에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아끼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