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작품 중에서 추천하는 작품은?
안녕하세요. 국내 문학 중에서는 대단한 작품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전문가님들이 보시기에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이 있나요?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시는 수작들을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 박경림 선생님의 대하 소설<토지>를 추천 드립니다. < 토지>는 1897년 조선 말에서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1945년 광복까지 이어지는 48년의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인데 경남 하동 평사리의 대지주 최참판댁이 몰락하면서 주인공 최서희가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동학농민운동, 을사늑약, 청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남경학살 등 동아시아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최서희 일가를 중심으로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그려지는 감동의 드라마 같은 소설 입니다.
우리나라 문학 작품들 중에 대표작을 감히 제가 논할 정도의 실력은 없어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설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입니다. 박경리 작가가 26년간 집필한 대하역사소설로서 총 5부 16권으로 완간되었습니다. 1887~1945년 광복까지를 배경으로 만석꾼 최씨 집안과 평사리 지역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경남 하동군 평사리와 진주, 서울, 만주 용정, 일본 등 동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600명에 이르는 인물이 등장하고 동학농민전쟁, 을사늑약, 청일전쟁, 간도협약, 만주사변 등 근대사의 큰 사건들이 소설 속에 등장합니다. 제가 이 소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우리 근대사의 긴 시간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넓은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표현하면서도 인물 한 명 한명과 사건 하나 하나에 대한 세밀한 서술과 묘사 또한 흐트러지지 않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주요 인물들의 자녀와 손자세대까지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와 인물에 대한 입체적 묘사가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근대전환기와 일제강점기 경제적인 부를 가졌던 사람들도, 가난하고 궁핍하게 살았던 사람들도 시대의 격랑 속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그 시대의 어려움과 이름없는 백성들의 '한'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소설 작품은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입니다. 조세희의 중편소설이자 연작소설집의 제목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하층민의 고통을 간결한 문체와 환상적 분위기로 잡아낸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의 내용은 모두 이어지며 각각 하류층(영수와 그의 가족), 중류층(신애 가족), 상류층(경훈 및 은강그룹 관련 인물들)의 시점에서 내용이 서술되지만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관이 있다. 1970년대 후반 산업 발전기와 달동네 재개발 열풍이 서민들에게 어떤 고통을 남겼는지 서술해 나간 명작 소설입니다. 제가 이 소설에 대해 말씀드리는 이유는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를 이 소설을 통해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재미있는 글로 시간을 보내고 상상에 나래를 펼 수 있는 소재로도 소설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공동체 전체에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소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바로 이 소설이 그런 역할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바탕이 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 빈궁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계층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힘없고 불쌍한 계층을 거대한 권력을 가진 국가와 그 국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류층들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하층민의 삶은 더 비참하고 나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작은 희망을 지니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조세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잊혀져 있고 무시당하던 수많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밝게 조명해 주었습니다. 4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 작품이 잊혀지지 않고 제가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된 것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잊혀지고 무시당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세희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것, 내 걱정은 그거야."(2008년 발간 30주년을 맞아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