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고양이의 골골송, 즉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기분이 좋을 때만 내는 소리”라고 알고 계시는데, 사실은 조금 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흔한 경우는 행복하고 편안할 때입니다. 보호자에게 쓰다듬을 받거나, 무릎 위에 올라와 있거나, 잠들기 직전에 골골거리는 경우라면 대부분 만족감과 안정감을 표현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고양이는 꼭 행복할 때만 골골송을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갔을 때, 출산 중일 때, 아플 때, 심지어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도 골골거리는 사례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골골송을 단순한 “행복 표현”이 아니라 “감정 조절 및 의사소통 수단”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낯선 환경에서 불안할 때 사람이 긴장해서 콧노래를 부르거나 중얼거리는 것처럼, 고양이도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골골거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사이에서도 골골송은 중요한 소통 수단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들은 시력과 청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미의 골골송 진동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안정감을 얻습니다.
보호자님이 말씀하신 상황처럼 턱을 긁어주거나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때 나오는 골골송은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해도 됩니다. 특히
눈을 가늘게 뜬다
몸에 힘이 빠져 있다
꾹꾹이를 한다
꼬리가 편안하다
보호자에게 몸을 기대온다
같은 행동이 함께 나타난다면 거의 확실히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반대로
숨는 행동이 있다
식욕이 없다
움직이기 싫어한다
귀가 뒤로 젖혀져 있다
몸이 긴장돼 있다
같은 모습과 함께 골골송이 나온다면 통증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골골송은 “기분 좋음 = 100%“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고양이가 보호자의 쓰다듬을 받으며 내는 골골송은 대부분 만족감과 안정감을 표현하는 행동으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골골송 자체보다 그때의 전체적인 몸짓과 표정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Nelson RW, Couto CG. Small Animal Internal Medicine, 5th Edition. 고양이 행동 및 스트레스 반응 평가.
Practical Guide to Canine and Feline Neurology, 3rd Edition. 행동 변화 및 신경학적 상태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