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사무실이랑 집에서 키보드 여러 개 굴려보면서 축만 대여섯 번 갈아봤는데요, 질문 주신 조건이랑 거의 똑같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어서 겪은 대로 말씀드려볼게요.
일단 제일 먼저 확인하실 게 지금 쓰시는 키보드가 핫스왑이 되는지예요. 기판에 소켓이 박혀 있어야 축을 뽑아서 갈아 끼우는 게 가능하고, 아니면 납땜을 다 뜯어야 해서 사실상 키보드를 새로 사는 게 나아요. 키캡 하나만 뽑아보시고 축 아래쪽에 은색 소켓 테두리가 보이면 핫스왑입니다.
소리 취향으로 보면 도각도각에 조약돌 소리는 의외로 넌클릭보다 리니어 쪽에서 더 잘 나와요. 저는 갈축 계열을 먼저 써봤는데 중간에 걸리는 구간 때문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섞여서 제가 생각했던 그 소리가 아니었고, 오히려 요즘 나오는 리니어 축들이 아래로 쭉 내려가면서 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냅니다. 세이아축이나 바다소금축처럼 이름 붙어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 이 리니어 계열이고 공장 윤활이 되어 나와서 처음부터 소리가 정리되어 있는 편이에요.
다만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걸 하나 말씀드리면, 소리의 팔 할은 축이 아니라 키보드 몸통에서 나옵니다. 저는 같은 축을 알루미늄 하우징이랑 얇은 플라스틱 하우징에 각각 꽂아봤는데 아예 다른 키보드 소리가 났어요. 플라스틱 통짜에 속이 비어 있으면 텅텅 울리는 소리가 나는데, 여기다 축을 아무리 좋은 걸로 갈아도 그 울림은 안 없어집니다. 차라리 안에 얇은 흡음 스펀지 한 장 깔아주는 게 축 교체보다 체감이 더 컸어요.
백축은 저소음 계열로 나온 게 많은데, 소리를 죽인 만큼 바닥에 닿는 느낌이 살짝 물컹해서 타건감이 아쉽다는 분들도 꽤 계세요. 야간이나 사무실처럼 소음이 진짜 걸리는 환경이면 저소음이 답이지만, 조약돌 소리를 듣고 싶으신 거라면 저소음은 방향이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매처는, 알리 직구가 확실히 싸긴 한데 편차 이야기는 사실이에요. 저는 예전에 저렴한 축 일흔 개짜리를 받았다가 그중 서너 개에서 스프링 튕기는 소리가 나서 결국 그것만 따로 빼놓고 썼습니다. 요즘은 이름 있는 브랜드 축이면 공식 스토어 물건은 국내 판매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고, 대신 배송이 이 주 정도 걸린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권해드립니다. 처음부터 대량으로 지르지 마시고 스위치 샘플러라고 여러 축을 몇 개씩 모아서 파는 걸 먼저 사보세요. 몇천 원에서 만원대면 열 종류 넘게 눌러볼 수 있고, 하이마트나 일렉트로마트 같은 매장에도 조립 키보드 코너에 타건판이 놓여 있어서 손으로 직접 확인이 됩니다. 사람마다 조약돌 소리라고 부르는 게 다 달라서, 남의 후기 열 개보다 손가락으로 한 번 눌러보는 게 훨씬 빨라요.
정리하면 핫스왑 확인 먼저, 그다음 리니어 계열에서 샘플러로 취향 찾기, 축을 갈 때 하우징 안에 흡음 한 장 같이 넣기 이 순서를 추천드립니다. 의외로 축값보다 그 흡음재 한 장이 더 큰 만족을 주실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