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좀약으로 쓰이는 나프탈렌이 액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하는 승화 현상은 그 독특한 분자 구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약한 인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프탈렌은 두 개의 벤젠 고리가 나란히 붙어 있는 평면적인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무극성 분자입니다. 분자 전체에 전하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물분자처럼 어느 한쪽이 플러스나 마이너스 전기를 띠는 극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무극성 성질을 가진 나프탈렌 분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유일한 힘은 분산력입니다. 분산력은 전자가 순간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칠 때 발생하는 아주 일시적이고 미약한 인력입니다. 나프탈렌은 분자 구조가 매우 대칭적이고 안정적인 평면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분자끼리 서로 강하게 붙들 수 있는 전기적 인력이 형성되기 매우 어려운 조건입니다.
결과적으로 분자들을 단단히 잡아주는 힘이 워낙 약하다 보니 실온 정도의 낮은 에너지에서도 분자 간의 결합이 쉽게 끊어지게 됩니다. 고체 상태의 나프탈렌 분자들이 공기 중으로 바로 튀어나가 기체가 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옷장 속에 넣어둔 좀약이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띄게 작아지는 것은 나프탈렌의 이러한 무극성 구조가 만들어낸 약한 분자 간 인력 때문에 끊임없이 승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