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제품
애플펜슬 금속 핀이 부러지면 망한건가요…?
펜이 책상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앞에 무슨 구슬같은게 빠지면서 금속 핀도 부러진 것 같아요 다시 사야하는건가요…? 이거 설날 용돈 저축한거에서 뜯어서 산건데 다시 사야할까요…? 엄마한테 말하면 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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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똑같은 상황을 겪어봐서 지금 마음이 어떨지 알겠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경우 열에 아홉은 펜슬이 망가진 게 아니라 팁만 나간 겁니다. 애플펜슬은 떨어질 때 팁 쪽이 먼저 부러지면서 충격을 받아내는 구조라 오히려 다행인 쪽이에요. 아래 순서대로 하나씩 확인해보면 지금 상태가 몇 만원짜리 문제인지 십몇 만원짜리 문제인지 바로 갈립니다.
먼저 빠져나온 게 뭔지부터 봐야 해요. 구슬 같은 게 빠졌다고 하셨는데, 애플펜슬 팁 안쪽에는 작은 금속 심이 깊게 박혀 있습니다. 아이픽스잇 분해 리포트를 보면 이 금속이 펜 안쪽의 신호 발신부와 연결돼서 펜의 기울기와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니까 굴러 나온 그 은색 조각이 팁 속에 들어 있던 금속이라면, 부러진 건 팁이지 펜 본체가 아닙니다.
확인은 이렇게 합니다. 남아 있는 팁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서 빼보세요. 팁은 나사식이라 그냥 돌리면 풀립니다. 이때 나사산이 있는 조각이 펜 안쪽에 박힌 채로 남아 있으면 그건 팁만 두 동강 난 거고, 그 조각은 핀셋이나 옷핀 끝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살살 돌려서 빼내면 됩니다. 여기서 절대 하면 안 되는 게 힘으로 쑤시거나 니퍼로 물어서 뽑는 건데, 그러다 안쪽 금속 축을 휘게 하면 그때부터 진짜 돈 나가는 고장이 됩니다. 저도 급한 마음에 이쑤시개로 쑤셨다가 조각을 더 깊이 밀어 넣어서 한참 고생했어요.
진짜 판별은 새 팁을 껴서 실제로 써보는 겁니다. 여기서 많이들 착각하는 게, 아이패드에 붙였을 때 페어링 되고 배터리 퍼센트가 뜨면 멀쩡한 줄 아는 건데 그건 팁이 없어도 뜹니다. 봐야 할 건 두 가지예요. 하나, 세게 그으면 선이 굵어지는 필압이 살아 있는지. 둘, 펜을 눕히면 음영이 넓게 깔리는 기울기 인식이 되는지. 애플펜슬은 스프링으로 움직이는 팁과 안쪽 기판의 접점 세 쌍 사이 움직임을 재서 필압을 계산하는 구조라, 팁이 제대로 안 물리면 필압에서 제일 먼저 티가 납니다.
팁 자체는 원래 갈아 쓰는 소모품이라 따로 팝니다. 애플 정품이 네 개 한 세트로 이만원대 후반이고, 서드파티 팁은 그보다 훨씬 쌉니다. 서드파티도 대체로 잘 되는데 두께와 경도가 달라서 필압 느낌이나 화면에 긁히는 소리가 좀 달라요. 돈 쓰기 전에 제일 싸게 확인하는 방법은 주변에 아이패드에 펜슬 쓰는 친구한테 팁 하나만 잠깐 빌려서 오 분만 껴보는 겁니다.
문제는 안쪽 금속 축까지 휘거나 부러진 경우인데, 이건 솔직히 자가 수리가 안 됩니다. 그 축이 스프링과 압력 센서 기판에 그대로 물려 있어서 부품 단위로 갈아 끼우는 구조가 아니에요. 애플도 애플펜슬은 부분 수리를 하지 않고 통째로 교체해주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비용은 애플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례들을 보면 보증 기간 밖 교체가 세대와 모델에 따라 십사만원대에서 십칠만원대까지 나옵니다. 새로 사는 값과 크게 차이가 안 날 수도 있어서, 무작정 센터부터 가지 말고 애플 공식 지원 사이트의 수리 서비스 페이지에서 예상 비용을 먼저 뽑아보세요. 방문 전에 숫자를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이건 꼭 확인하세요. 같이 쓰는 아이패드에 애플케어플러스가 들어가 있으면 펜슬 파손도 자기부담금 삼만원 정도로 끝난 사례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아이패드 사실 때 넣어두셨을 수도 있으니 아이패드 설정에서 일반, 정보 순으로 들어가 보증 항목을 보거나 애플 계정의 기기 목록에서 확인해보세요. 이걸 모르고 십몇 만원을 그대로 낼 뻔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참고로 애플펜슬은 사설 수리점에 부품이 거의 안 풀려서 사설 수리로 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말하는 문제인데, 순서만 바꿔도 훨씬 나아요. 먼저 팁만 나간 건지 확인하고 견적까지 뽑은 다음에, 이렇게 떨어뜨렸고 팁만 갈면 얼마고 최악의 경우에는 얼마라더라 하고 숫자까지 같이 말하는 겁니다. 보통 혼나는 건 사고 자체보다 숨겼다가 나중에 들통나는 쪽이라서요. 앞으로는 아이패드 옆면 자석에 붙여두는 습관과 그립 하나만 끼워도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이 확 줄어듭니다. 대부분은 팁만 나가는 거고 팁은 어차피 갈아 쓰는 부품이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