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양상을 보면 운동성 혈뇨(exercise-induced hematuria) 혹은 운동성 용혈(exercise-induced hemolysis)이 가장 유력합니다.
격렬한 운동이나 장거리 보행 후 갈색 내지 붉은색 소변이 나오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 기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신장이나 방광 점막의 일시적 손상으로 적혈구가 소변으로 새어나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적혈구 자체가 물리적으로 파괴되면서 헤모글로빈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경우입니다. 장거리 보행의 경우 발바닥 충격이 반복되면서 족저부 모세혈관의 적혈구가 파괴되는 행군성 혈색소뇨(march hemoglobinuria)가 고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T와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점은 구조적 병변, 즉 신장 종양, 요로결석, 감염 등을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라 다행스러운 결과입니다. 다만 소변이 붉어지는 쪽으로 진행했다가 한 달 후 자연 회복됐다는 경과는 기능적이고 일시적인 원인에 더 가깝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IgA 신병증(IgA nephropathy)이라는 질환은 운동이나 감기 후 무통증 혈뇨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인데, CT로는 잡히지 않고 소변검사 타이밍에 따라 정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20대 남성에서 드물지 않은 질환이기도 합니다. 확진은 신장 조직검사가 필요하지만, 증상이 반복된다면 신장내과에서 한 번 평가받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지금은 증상이 없고 3만보를 걸어도 소변색이 정상이라니 일단은 경과 관찰로 충분해 보이지만, 향후 비슷한 증상이 재발한다면 그때 소변검사를 바로 받아보시는 것이 진단에 훨씬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