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이나 우주에서 말하는 진공은 분자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아주 희박한 상태예요. 고진공 장비 안에도 세제곱센티미터당 수백만 개 수준의 기체 분자가 남아 있어서, 느리게나마 물체와 부딪히며 운동을 갉아먹어요.
기체를 완전히 걷어내도 남는 저항이 있어요. 전하를 띤 물체가 가속되면 전자기파를 뿜으면서 그만큼 에너지를 잃고, 자석 근처를 지나는 금속판에는 와전류가 유도돼 움직임을 붙잡는 힘이 생겨요. 놀이기구나 열차의 비접촉 제동장치가 이 원리로 작동해요. 햇빛이나 우주배경복사가 부딪히며 주는 압력도 아주 미세하게 속도를 깎고요.
제가 진공 장비를 다뤄보면 실제로는 펌프 성능보다 부품 표면에서 계속 새어나오는 기체가 더 골치예요. 이론 쪽에서는 진공 자체의 양자 요동이 마찰처럼 작용한다는 계산도 나와 있는데, 실험으로 깔끔하게 확인된 단계는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