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엔트로피는 왜 무질서도를 측정하는 물리량으로 정의되나요?

열역학에서 엔트로피가 계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낸다고 배우는데, 왜 이런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물리량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를 재려고 만든 게 아니라, 열기관을 분석하다가 먼저 발견된 물리량이에요. 19세기에 클라우지우스가 열이 이동할 때 온도로 나눈 값을 따라가 보니 이 양이 항상 늘어나기만 한다는 걸 알아냈어요. 측정 가능한 열과 온도만으로 정의된 실험적인 양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계산할 수 있는 숫자였어요.

    무질서라는 해석은 나중에 볼츠만이 붙였어요. 같은 상태처럼 보여도 원자 배치의 경우의 수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 건데, 예를 들어 방 한구석에 공기가 몰린 배치보다 골고루 퍼진 배치가 가능한 방법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그 경우의 수에 로그를 취한 값과 같다는 걸 보였고, 이 식이 클라우지우스가 열로 정의한 엔트로피와 정확히 일치했어요. 미시 세계의 경우의 수와 거시 세계의 열 측정값이 하나로 연결된 거예요.

    그래서 무질서도라는 표현은 사실 번역에 가까워요. 정확히는 같은 겉모습을 만드는 미시 상태의 가짓수이고, 가짓수가 많은 상태를 우리가 무질서하다고 느끼는 것뿐이에요. 얼음이 물이 되면 분자 배치의 자유도가 늘어나 엔트로피가 오르고, 잉크가 물에 퍼지는 것도 퍼진 배치가 훨씬 많아서 그쪽으로 가는 거예요. 자연이 무질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확률이 높은 쪽으로 흘러가는 거죠.

    측정이 가능한 것도 이 이중 정의 덕분이에요. 실험실에서는 물질을 아주 낮은 온도부터 조금씩 데우면서 넣은 열을 온도로 나눠 더하면 엔트로피 값이 나오고, 이렇게 구한 값이 이론에서 경우의 수로 계산한 값과 맞아떨어져요. 화학편람에 물질마다 적혀 있는 엔트로피 수치가 이렇게 구한 값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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