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이 예술적 재능과 감각을 이끌어내나요?

2022. 05. 07. 23:23

제 친구중에 미술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원래도 남들보다 약간 예민하긴 했어요.. 그런데 근 몇달 간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서 병원에 한번 가보라고 했는데 갔다와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하고 뭐 약도 받아왔다고 하던데 하던 작품에 지정이 있을까봐 먹질 않네요.. 이 친구가 정말 걱정돼서 우울함과 예술적 재능이 정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게 맞는지, 우울증약을 먹으면 그 친구가 원하던 방향의 작품 활동에 지장이 있게될지 궁금해요


총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유병철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대중은 불행한 천재에게 열광한다. " 는 한편으론 과하지만 한편으론 공감도 가는 말이 있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예술작품은 대개 일반 대중들이 쉽게 느끼거나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표현해냈을때 관심을 끌고 주목받는 경향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사진을 보듯 섬세하게 잘 표현된 풍경화를 보면 대부분의 대중은 맘이 편해지고 좋긴 하지만, 이게 A가 그린것인지 B가 그린것인지 구분도 잘 안되고 또, 그 작품을 그린 작가를 그리 궁금해하지도 않는 확률이 높겠지요.

그런데 같은 풍경화를 그렸다해도 후기인상파 작가들처럼, 무수히 짧은 붓터치들의 향연과 과감한 색상의 선택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길거리에서 파는, 소위 "풍경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그린 그림과는 차별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그린 작가가 누굴까, 대체 그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발상을 해냈을까 등등 그 그림 자체에 머무르지않고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사상과 생활까지도 궁금해하는등의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작가와 작품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매우 이중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것이... 10명중 1명이 NO를 외칠 경우, 본인은 9명 속에 속해있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한편으로,

본인과 다른 그 1명을, 어떤이는 용기있다. 멋지다 선망하며, 어떤이는 재수없다. 왜 저리 혼자만 튀는지 이해가 안간다. 는등의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은 다수에 속하는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나 한편으론 무언가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의 심리가, 정작 '남과 다름'을 실현해낸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에 나도 모르게 끌리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모든 예술인이 다 그렇다는것은 아니지만, 예술을 한다는 사람중 비교적 유명한 사람들을 보면, 남과 다른 무언가를 캐치하여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많습니다.

자, 그런데요... 아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수에 끼고 싶어하는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수의 편에 서서 남과 다른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남과 다른 무언가를 표현해낸다는 것은, 실로 고독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개 예술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을 많이 겪습니다. 저 또한 한참 그림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회사 들어간 뒤, 한달동안 집에도 안가며 틀어박혀 그림만 그려댔던적이 있고, 네 그림은 무난하지만 개성이 없다는 말에 충격받고 남과 다르면서 남에게 인정받을수 있는 나만의 개성을 녹여낸 그림을 어떻게 하면 그릴수 있는가 고민하다가 극도의 무기력을 느끼는 우울증 증세같은것이 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약까지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님의 친구분도 아마 그런 어쩔수 없는 기로에서 고민중이실 것이라 보는데요.

우울증약은 대개 인간의 행복감을 유지시킨다고 알려져있는 세로토닌이란 성분을 조절하는 약이 많습니다. (모든 우울증약이 다 그런것은 아닙니다. 다른 성분과 효능 가진 약들도 존재합니다.) 세로토닌은 원래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성분입니다. 대개는 평온하고 행복을 느낄때 분비량이 증가한다 하여, 이 성분이 많으면 마치 행복해지는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과유불급 이라 하였습니다. 모든것이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듯, 아무리 좋은 인삼 녹용도 과도하게 먹으면 간에 무리를 주어 몸에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어떤병이든, 약은 임시방편일뿐이지, 그것이 영원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제 부친이 의사이신데, 남들은 의사집이라 하면 조금만 아파도 약 팍팍 주고 주사도 팍팍 놔주고 해서 금새 낫겠다는 단순한 생각들 많이 하시는데,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감기로 병원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약도, 열이 아주 심할때 해열제 몇알정도 며칠 복용하고, 목감기면 항생제 한두알 그것도 길어야 2~3일... 그게 아버지가 처방해주신 전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한 십여년동안은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습니다. 증상이 좀 있어 기침좀 하루정도 하다가 그치고 그정도로 끝났고요. 반면, 감기만 걸리면 부리나케 병원 달려가서 주사 맞고 그러는 제 지인분은 수시로 병을 달고 사시지요.

잠시 주제와 다른 이야기를 한것같은데요.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 사견이니 참고만 하실뿐, 이게 정답은 아닐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이해하고 들어주실줄 믿고 조금 과격하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우울증을 겪을정도로 남과 다른 감성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것은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창작자에겐 어찌보면 장점이고 당연한것일수 있다 봅니다. 다만! 그것이 좋은방향으로 이끌어진다면 남과 다른 차별이 되고 개성이 녹아든 작품을 만드는데 일조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하겠으나, 나쁜방향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남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그런 강박감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망가질 위험이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품 하나에 수백억 호가하는 반 고흐는 정작 그 삶이 불행하였고, 그 최종결말은 자살로 마감할 정도로 우울했습니다. 다른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대중들에게 환호를 주면 뭐합니까, 정작 가장 중요한 본인은 망가졌는데요... 본인의 불행의 댓가로 일생의 불멸대작을 만들어 내가 죽은 후 사람들이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룬다면 이런 불행쯤 고통쯤 감내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이미 죽어있는데 남들이 우러러보는게 대체 그리도 중요할까 싶습니다. 사후세계를 믿지않는 사람이라면, 모든게 무로 돌아가는데, 내 이름을 남긴다해도 그것을 기뻐할수 있는 본인존재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며,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이라면, 천국에 간 사람은 지상의 일따위 기억도 안날 행복한 생활을 할것인데 지상에서의 업적에 연연할 필요가 없을것이고 지옥에 간다면, 당장 고통스러워 힘든데, 지상에서 아무리 자신의 업적을 우러러보고 찬사 보내는게 귀에나 들어올까 싶습니다.

예술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고독한 경우가 많다는건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것이 당연하다 필연적이다. 예술활동을 하려면 이런 감성이 필요하다는 이런 약한 마음에 기대어야만 작품을 만들수 있다 친구분이 생각하신다면, 그건 바르지 못한 처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한때 그림을 그렸던 사람으로서 조금은 독하게 말씀드리자면, 약을 먹고 안먹고에 따라 예술활동이 잘되고 안되고 좌지우지 될정도의 재능수준이라면, 그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전혀 없다곤 하지않겠으나 많이 낮다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원래 남에게 상처받는거 싫어해서 상처 주는말 함부로 하지않는데요. 때로는 누군가가 옆에서 냉정히 판단하게 도와줘야 할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어줍쟎게 그래 열심히 하면 잘될거야. 이런 '무난하지만 무책임한' 말만 해주다간 정말 그 친구분 망치실수도 있다 봅니다.

저도 한때는 그림으로 평생 먹고 사는 사람, 최고의 그림쟁이 소리 듣는걸 목표로 했던 사람이었습니다만, 그런 쟁쟁한 천재들 모인곳에서 경쟁하며 생활하다보니, 제 재능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있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방향 선회를 하여, 그런 재능 넘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마음껏 재능 펼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사람이 되자로 방향을 바꿔 이런일 저런일 많이 겪는 사업을 해왔더랬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의지를 쉽게 버린 패배자이고, 나약한 기회주의자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많은이들이 공감을 느끼고 좋아해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게 제 꿈이었는데, 그걸 꼭 내가 직접 그림을 그려야만 이룰수 있는게 아니고 그 최종 작품을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를 총감독하는 사람이 되자는 발상의 전환을 한 이후로, 그림 한분야만 파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여러 분야를 파악하는 제네럴리스트가 되기위해 노력중입니다.

당장 이걸 안하면 세상이 무너지고 내가 부정되고 모든게 의미없어진다 생각하는게 있을때, 딱 한발자국만 뒤로 떨어져 좀 더 큰 시야를 보는 시도와 노력을 해보시길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이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친구분이 바른길을 가실수 있도록 님이 때론 달게 때론 쓰게 조언 해주시며 케어해주신다면, 분명 친구분도, 길을 찾으실수 있을것이고, 언제 우울증 같은거 앓았냐 싶을정도로 활기 넘치고 밝은 생활을 찾으실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단, 본인이 바뀌고 싶단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지요.

2022. 05. 0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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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신토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작곡가 재즈 기타리스트 토니신 입니다

    답변자의 경험으로 보면 예술활동을 하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보통 사람 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집중을 해야 하는 창작 과정에서

    겪는 부작용 이라 볼 수 있는데요

    고통스러운 만큼 성과도 만족감도 높기에

    이겨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울증 걸린 사람이 예술활동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봅니다

    정신지체자 분들이 예술적인 영감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우울증 자체가 영감을 주진 않는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우울증은 자연스런 창작과정이니

    약을 복용해서 축 늘어지는 것 보단

    나을테니 이겨 내시길 바랍니다

    2022. 05. 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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