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무엇이며, 왜 DNA 서열이 바뀌지 않아도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이 변하나요?

환경적 요인(식습관, 스트레스 등)이 유전자에 직접적인 화학적 표식(메틸화 등)을 남겨, 어떻게 다음 세대까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4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후성유전학이란 DNA의 염기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지를 조절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때 DNA 서열이 변하지 않아도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이유는 유전자 주변에 붙는 다양한 화학적 표식 때문인데요, DNA 메틸화와 히스톤 단백질의 화학적 변형이 대표적입니다. DNA 메틸화는 DNA 특정 부위에 메틸기가 붙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반대로 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와 같은 변형은 DNA를 더 느슨하게 만들어 유전자가 쉽게 읽히도록 하거나, 반대로 촘촘하게 감아 발현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즉, 유전자의 정보는 그대로지만 세포가 그 정보를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흡연, 음주, 환경오염 물질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은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표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메틸화 상태를 변화시켜 호르몬 분비나 면역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정 영양소는 메틸화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해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질병 발생 위험이나 노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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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택된 답변
  • 후성유전학이란 DNA서열의 변화가 없더라도 환경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 스위치를 조절하여 발현 방식이 변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말씀하신 메틸화는 간단히 말해 DNA에 메틸기라는 화학 표식이 붙으면 유전자 스위치가 꺼지는 것입니다.

    또 히스톤 변형이란 DNA가 감긴 단백질 실타래가 느슨해지면 스위치가 켜지고 꽁꽁 묶이면 꺼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운동 등이 몸속 화학 반응을 일으켜 특정 유전자에 이 표식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래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이 표식들은 리셋되지만, 일부는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게 됩니다.

    실제 네덜란드 기근(1944) 당시 영양실조를 겪은 임산부의 자녀와 손주 세대까지 비만과 당뇨 발병률이 높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유전자는 고정된 운명이 아니며, 우리의 생활 습관이 후손의 유전자 스위치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후성유전학입니다.

  • 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은 그대로지만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 같은 화학적 표식으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식습관 스트레스 등이 이런 표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일부는 다음세대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지만 사람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확인되어 대부분은 발생 과정에서 다시 초기화 됩니다.

  • 안녕하세요, 스라소니199님. 이중철 전문가입니다.

    근래 후성유전학과 관련한 질문들이 많았던 것 같군요.

    스라소니199님이 궁금해 하시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답변 드리겠습니다.

    1. 후성유전학의 정의와 책에 비유한 원리

    후성유전학은 영어로 Epigenetics라고 부르며, 접두사 Epi는 ~위에 또는 ~외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 염기서열 자체는 서열의 변화가 전혀 없으면서도 유전자의 기능이나 발현 방식이 바뀌고, 이 변화가 자손에게까지 유지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랍니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 몸의 DNA 설계도를 하나의 거대한 백과사전 전집에 비유해 볼 수 있는데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완벽하게 동일한 글자가 적힌 백과사전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눈 세포는 눈에 필요한 페이지를 열어 읽어야 하고, 간 세포는 간에 필요한 페이지를 읽어야 하지요. 후성유전학은 이 백과사전의 글자 자체를 고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특정 페이지에 포스트잇 같은 책갈피를 붙여서 그 부분을 더 자주 읽게 만들거나, 반대로 페이지를 테이프로 붙여서 아예 읽지 못하게 가려버리는 세포 내의 조절 시스템을 뜻하는 것입니다.

    2. DNA 서열 변화 없이 발현이 조절되는 화학적 메커니즘

    세포 내부에서 유전자의 책갈피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화학적 변화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입니다.

    DNA 사슬 중에서 특정 유전자 부위에 메틸기(-CH3)라는 작은 화학 물질 조각이 달라붙는 현상입니다. 유전자 앞에 메틸기가 빽빽하게 붙게 되면, 유전자의 정보를 읽어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효소들이 물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가로막힙니다. 결과적으로 그 유전자 서열은 몸속에 온전히 존재하지만,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꺼짐(OFF) 상태가 됩니다.

    둘째는 히스톤 단백질 변형입니다.

    세포 핵 안에서 긴 DNA 사슬은 효율적인 보관을 위해 히스톤이라는 둥근 단백질 실타래에 꽁꽁 감겨 있어요. 이 실타래에 아세틸기나 메틸기 같은 화학 물질이 결합하면, 실타래가 느슨하게 풀리기도 하고 반대로 더 단단하게 뭉치기도 합니다. 실타래가 느슨하게 풀리면 효소들이 유전자 정보를 쉽게 읽을 수 있어 켜짐(ON) 상태가 되고, 반대로 너무 꽉 뭉치면 유전자가 갇혀서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랍니다.

    3.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과 다음 세대로의 유전 맥락

    우리가 매일 먹는 식습관, 지속적으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 주변의 독성 물질이나 운동 부족 같은 환경적 요인들은 우리 몸속의 세포 신호 전달계를 자극합니다. 이 자극들은 세포 핵 내부로 전달되어 특정 유전자의 실타래를 감거나 DNA에 메틸화 표식을 새로 남기고 지우는 효소들을 활성화하게 되어요. 즉, 나의 생활 환경이 나의 유전자 책갈피 구조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것이랍니다. 본래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될 때는, 다음 세대가 아무런 낙서가 없는 깨끗한 도화지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부모가 살아오면서 쌓인 후성유전학적 화학 표식들을 깨끗하게 지워내는 리프로그래밍(재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치는 것이 생물학적 기본 원칙이에요. 하지만, 현대 의학과 유전학 연구의 통계적 검증에 따르면, 극심한 영양실조나 트라우마 수준의 강한 스트레스, 특정 화학 물질 노출 등으로 인해 깊게 새겨진 일부 화학적 표식들은 이 초기화 과정을 교묘하게 회피하여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수정란 단계에서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은 부모의 후성유전학적 표식은 자녀가 성장하는 발생 과정에 그대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유전자 서열 자체에는 아무런 돌연변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 세대나 손자 세대까지 대사 질환이나 정신 질환에 취약해지는 세대 간 후성유전적 유전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정리하자면,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의 변형 없이 유전자의 켜짐과 꺼짐을 조절하는 학문이며, DNA에 메틸기가 결합하거나 히스톤 단백질 실타래가 뭉치고 풀리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유전자 발현이 통제되고,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이 이 화학적 표식들을 직접 변화시키며, 이러한 표식 중 일부가 수정 과정의 생체 초기화 단계를 거치고도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아 다음 세대의 유전자 발현과 건강에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질문자님을 포함하여 소중한 분들의 건강, 재산과 안전을 지키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을 다양한 문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를 포함하여 다양한 토픽에서 활동하는 모든 전문가분들의 아하 지식커뮤니티에서의 답변은 예외 없이 참고 용도로만 유용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