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심한 어지럼증은 원인이 굉장히 다양해서, 일단 어떤 종류의 어지럼증인지 구분하는 게 먼저입니다.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현훈이라면 귀 안쪽 내이의 평형기관 문제, 특히 이석증(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나 메니에르병 같은 말초성 원인을 의심하게 됩니다. 반면 머리가 멍하고 핑 도는 듯한 느낌,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라면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변동, 심장 쪽 문제와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협심증과 당뇨가 있으신 어머니라면 특히 심혈관계 원인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협심증 약물 중에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약물이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해서 자세를 바꿀 때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흔합니다. 또한 당뇨로 인한 자율신경병증이 진행되면 혈압 조절 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어지럼증의 빈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저혈당으로 인한 어지럼증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어지럼증이 생기는 시점과 식사 시간, 혈당 수치를 같이 기록해보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동네병원에서 호전이 없었다면, 이제는 좀 더 세분화된 검사가 필요한 단계로 보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전기와기도검사나 비디오두위충동검사 같은 평형기능검사를 통해 내이 문제를 확인할 수 있고, 신경과에서는 뇌혈류나 중추성 원인—작은 뇌경색이나 뇌혈관 협착 같은 부분—을 영상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순환기내과에서는 협심증 약물 조절과 함께 기립성 저혈압 여부를 누웠다 일어났을 때의 혈압 변화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 경기 지역이라면 대학병원급에서 이비인후과와 신경과가 함께 협진하는 어지럼증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같은 대형 대학병원에 어지럼증 클리닉 또는 이석증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외래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가까운 곳을 확인해보시고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방문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정확한 운영 여부와 예약 방법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어서, 방문 전에 해당 병원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어지럼증 클리닉의 현재 운영 상태를 확인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당장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하는 겁니다. 자세 변화와 관련 있는지, 특정 방향으로 머리를 돌릴 때 심해지는지, 식사와의 관계는 어떤지, 지속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적어두시면 진료 시 원인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어지럼증이 심할 때 낙상 위험이 높아지니,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근력 약화로 이어져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들 수 있어서, 안전한 환경에서의 최소한의 활동은 유지하시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