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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석화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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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중립화론을 주장한 유길준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1885년 유길준이라는 사람이 조선의 중립화론을 주장했다고 하던데요.

서구 열강의 침탈로 인해 조선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반증한것 같은데...

유길준은 조선을 어떤식으로 중립화하려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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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정준영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무릇 국가의 중립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전시 중립이고 둘째는 항구 중립이다. 중립이라는 것은 만국의 가운데 있으면서 여러 나라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음을 말한다. 전시 중립이라는 것은 갑·을의 두 나라가 어떤 사건으로 서로 다투어 전쟁을 벌이면 그 인근의 여러 나라가 중립 선언을 하여 군사를 엄히 단속하고 수비하여 갑·을 두 나라가 국경을 통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당사국 간에 전쟁하여 서로 승부를 가르도록 한다. 그러므로 어떤 한 나라가 약소하여 중립의 울타리를 지킬 수 없게 되면 이웃 나라가 혹 협의하고 대신 거행하여 자기 나라를 보호하는 계책으로 삼는다. 이것은 불가피한 형세 때문에 생긴 것으로 공법(公法)이 허용하는 것이다.

    항구 중립이라는 것은 한 나라의 위치가 각국의 요충지를 차지하고 부강하지만 후세 사람들이 스스로 지킬 수 없고 형세가 급박해져서 강대국의 수중에 들어가면 시국의 큰 방향을 뒤흔들어 이웃 나라에 화가 미치므로 여러 나라가 조약을 협정하여 그 나라를 중립으로 만든다.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타국의 군사가 그 나라의 국경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만약 조약을 위반하는 나라가 있으면 여러 나라가 함께 공격하여 그 죄를 밝힌다.

    유럽의 벨기에·불가리아와 흑해의 두서넛 섬이 혹 중립국이거나 중립지이다. 공법에는 자주국만이 중립의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경우는 확실히 그러하지만 불가리아는 터키에 조공을 바치는 작은 나라이다. 흑해의 섬은 여러 나라에 제각각 예속되어 나라가 되지 못하면서도 이러한 권한을 가졌다. 이것은 공법만 가지고 이를 흐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지리는 아시아의 인후(咽喉)에 처해 있어서 그 위치는 유럽의 벨기에와 같고, 중국에 조공하던 지위는 터키에 조공하던 불가리아와 같다. 그러나 대등한 의례로 각국과 조약을 체결할 권한은 불가리아에는 없으나 우리나라에는 있고, 조공을 하는 지위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책봉을 받는 일이 벨기에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형세는 실로 벨기에와 불가리아 양국의 전례(典例)와 견줄 만하다. 불가리아가 중립 조약을 체결한 것은 유럽 여러 대국들이 러시아를 막으려는 계책에서 나온 것이었고, 벨기에가 중립 조약을 체결한 것은 유럽의 여러 대국이 서로 자국을 보전하려는 계책이었다. 이를 가지고 논한다면,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중립국이 된다면 실로 러시아를 방어하는 큰 기틀이고 또한 아시아의 여러 대국이 서로 보전하는 정략이 될 수 있다.

    대개 러시아는 만여 리에 달하는 거칠고 추운 땅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100만 명의 정예 병력으로 날마다 그 영토를 넓히는 데 여념이 없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작은 나라들을 회유하여 보호 아래에 두기도 하고 혹은 그 독립권을 담임하여 인정한다고 말하였지만, 맹세한 피가 마르기도 전에 결국 그 토지를 군현(郡縣)으로 삼고 그 인민을 노예로 만들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병탄하고자 하는 것은 본래 인간 사회에서 해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러시아는 그 중에도 특히 무도(無道)하기 때문에 천하가 탐욕스럽고 포악한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그 호랑이와 이리 같은 마음이 더욱 왕성해져 그칠 줄 모른다. 교인(敎人)들의 일을 빙자하여 터키에 군사를 끌고 가서 멸망시키려고 하였다.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여 지키고 장차 터키를 잠식해 가자, 유럽의 토대인 영국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일제히 일어나 터키를 도와 그 칼날을 막고 그 계획을 저지시켰다. 러시아인이 강대한 여러 이웃 나라들과 반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드디어 그 군대를 동쪽으로 옮겨 많은 병사를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시키고 시베리아 철로를 가설하기에 이르렀다. 그 비용이 매우 거대해 얻는 것이 잃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니, 그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는 지혜로운 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위태로움은 아슬아슬한 지경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기의 절박함이 얼마나 심한 것인가. 우리가 금일과 같은 형세로도 오히려 만국의 사이에서 토지와 인민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내려준 바이다. 러시아인이 우리를 노린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 감히 움직이지 않는 것은 비록 세력균형의 법칙이 저지한 바라고는 하지만 실지로는 중국을 두려워하여 그런 것이다.

    일본도 우리에게 뜻이 없었던 적이 없지만 그 형세가 부족한 바가 있고 힘도 미치지 못함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보존하기에도 겨를이 없으니 어찌 감히 중국과 다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의지하면서 나라를 위하는 것은 중국이 돌보아주는 데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병탄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고 하지만, 이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실로 중국이 이를 하려 했다면 왜 고생스럽게 여러 나라와 조약을 맺도록 권해 놓고 이제 와서 그 뜻을 비로소 펼치려 하겠는가. 중국이 먼 나라 사람을 대하는 것은 예부터 지금까지 대개 관대하게 하여 단지 조공을 받고 책봉을 하였을 뿐 스스로 자치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다시 묻지 않았다. 혹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우의가 두터우니 의지하여 도움을 받을 만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은 멀리 대양의 저편에 있으며 우리나라와 별로 깊은 관계도 없다. 더구나 먼로주의를 표명한 후에는 유럽이나 아시아의 일에 간섭할 수 없게 되어 설사 우리나라가 위급해지더라도 그들이 말로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군대를 동원해 구원해 줄 수는 없다. 천 마디 말이 한 발의 탄환만 못하다는 말도 있으므로 미국은 통상국으로서는 친할 수 있지만, 위급함을 구해 주는 우방으로서는 믿을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중국만은 우리나라가 몇천 년 동안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아온 나라이며, 의관과 문물을 모두 다 모방하였고, 풍속과 싫어하고 좋아함도 서로가 비슷하거나 같다. 그 사람됨은 성인 기자(箕子)가 남긴 풍습을 지켜 왔고, 지리적으로도 북경의 동쪽 울타리이다. 가까이 붙어 온 관계가 깊으므로 의지하고 믿는 것이 돈독했다. 비록 다소 시무(時務)에는 뒤떨어졌다고는 하나 최근에 도움을 요청한 한 가지 일을 보아도 평소의 애호함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해 종종 중국을 모방하여 심하게 행동하니 내륙 무역과 해변의 어채(漁採) 및 한성 개잔(開棧) 등은 종종 우리나라가 이미 그 폐해를 두루 입고 있다. 이번에 중국군이 200리 밖에 주둔했는데도 일본군이 멀리서 몰려와 도성으로 들어가 마치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이는 우리나라를 깔본 것뿐만 아니라 저들의 방자한 행동은 중국을 경시하는 뜻임을 알 수 있다. 진실로 우리가 힘이 있으면 역습을 하여 그들을 모두 죽여 버리지 못할 바도 아니지만 한마디 힐난도 못 하고 벌벌 떨면서 사이가 나빠질 것만 두려워하였으니, 이는 우리나라 인민이 자강하지 못한 책임으로 다시 누구를 탓하겠는가.

    가령 일본군이 금일 철수하여도 우리가 몹시 기뻐할 것이 아니며, 100년 동안 우리나라에 주둔한다 해도 더욱더 근심할 필요가 없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그들이 비록 금일 철수해도 내일 다시 오고 싶으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고자 한다면 어찌 구실이 없음을 근심하겠는가. 지금부터는 비단 일본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천하에 군대를 보유한 모든 나라가 다 이와 같이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잠시 철병한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눈앞의 군대를 철수할 뿐이며 각국이 품고 있는 칼날이 사라지지 않았다.

    압록강과 두만강 사이에는 날마다 은밀히 내달리며 만국이 영향을 미치는 군대들의 각축이 그칠 날이 없다. 러시아인의 우려는 이로 인해 더욱 커졌다. 무릇 미얀마와 월남 같은 나라는 그 유무가 중국과 크게 관계가 없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가 발호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의 위엄을 오히려 손상시켰다. 지금 러시아가 우리나라에게 하는 행위 또한 영국이 미얀마에게, 프랑스가 베트남에게 하려 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가 지키지 못하면 중국의 근심과 걱정은 이가 빠지고 입술이 위태로워지는 것과 같이 또한 심할 것이니, 어느 겨를에 위엄을 논하겠는가. 설사 중국이 우리나라를 평소에 적국시하였다 하여도 영국과 프랑스가 우리 영토를 탐낸다면 오히려 피 흘려 싸워서 이를 보존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책이 될 수 있다. 하물며 4000년간 관계를 맺어 왔고 수백 년간 섬겨 온 나라가 아닌가. 내란 같은 작은 문제에도 구원해 주었는데 하물며 외부로부터의 근심으로 인한 존망의 시기임에랴.

    중국은 장차 어떤 계책으로 우리나라를 보존하려는가. 만일 러시아인이 행동하기를 기다려 출병하여 멀리서 구원하려 한다면 선후가 이미 갈려서 승패를 알 수 없다. 설혹 러시아인을 내몰아 국경 밖으로 물리친다 해도 병력과 군량미를 소모하여 폐해가 매우 클 것이니 좋은 계책이 아니다. 만약 군대를 미리 파견하여 우리나라 북방에 진주시켜 대비하려 한다면 바로 러시아인에게 구실을 주게 되며, 일본 또한 반드시 오늘과 같은 망동을 할 것이니, 그것은 도리어 평지에 풍파를 일으켜 그 환란의 기회를 돕는 것이다. 그런즉 어찌하면 좋겠는가. 그것은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중립국이 되는 데 있다.

    대개 한 나라가 자강할 수 없어서 여러 나라와의 조약에 의지해 간신히 자국을 보존하고자 하는 계책도 매우 구차한 것이니 어찌 즐겨할 바이겠는가. 그러나 국가는 자국의 형세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억지로 큰소리를 치면 끝내 이로운 것이 없다. 사람은 멀리 내다보는 근심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게 되며, 나라에는 작은 난리가 있어야 큰 업적을 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상을 한 이후 지금까지 근심이 없다 할 수 없으며 난리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오직 중립 한 가지만이 진실로 우리나라를 지키는 방책이다. 그러나 이를 우리가 먼저 제창할 수 없으니 그것은 중국에 요청하여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중국이 혹 일을 핑계 삼아 즉시 들어 주지 않으면 오늘 청하고 내일 또 청해서 중국이 맹주가 되어 영국·프랑스·일본·러시아 등 아시아 지역과 관계가 있는 여러 나라와 회동하고 이 자리에 우리나라를 보내어 공동으로 맹약을 체결하기를 구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입장만 위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게도 이익이 되며 여러 나라가 서로 보존하는 계책이기도 한 것인데 어찌 근심만 하면서 이를 행하지 않는가. 유럽의 대국들이 러시아를 막아 자국을 보존할 계책에 급급하다가 벨기에와 불가리아 양국의 중립이 한 번 제창되자 모두 동의하여 잠깐 사이에 성취되었는데 어찌하여 아시아 지역의 대국들은 단지 우려만 할 줄 알고 이를 꾀할 바를 알지 못하는가.

    지난날에는 본래 그럴 기회가 없었으나 지금 그 시기가 왔고 기회가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때 기회를 이용하여 중국에 요청하면 일이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러시아인의 옥백(玉帛) 사이에 있는 흉심을 은밀히 꺾어 살벌한 기운을 담소로 바꿀 수 있고, 중국은 단 하나의 군사를 쓰지 않고도 동쪽을 염두에 두는 근심을 영원히 끊을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장성(長城)처럼 믿을 수 있으니 가만히 앉아서도 만세의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일관된 방략은 중국에 달려 있을 뿐이고 우리나라가 믿을 만한 나라도 중국만 한 나라가 없다. 우리 정부가 간절하게 이를 요청하기 바란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