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진 수의사입니다.
고양이가 사료를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구토나 소화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몇 가지 방법으로 식사 속도를 늦추고 씹는 행위를 유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가 사료를 그냥 삼키는 이유
• 원래 그런 구강 구조: 고양이의 치아(송곳니)는 음식을 '으깨는' 용도가 아니라 사냥감을 '찢고 자르는' 용도입니다. 사람처럼 어금니로 맷돌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입 크기에 맞는 건식 사료는 그냥 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야생 본능 (경쟁 심리): 다묘 가정치거나 과거 길생활을 했다면, 다른 고양이에게 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급하게 삼키는 버릇이 남았을 수 있습니다.
• 사료 알갱이 크기: 사료 알갱이가 너무 작으면 굳이 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씹어 먹게 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해결책
① 사료 알갱이(키블) 크기 키우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현재 먹이는 사료보다 **알갱이 크기가 큰 사료(대형묘용, 구강 관리용 사료 등)**로 교체해 보세요. 알갱이가 크면 물리적으로 입안에서 부수어야만 삼킬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씹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② 슬로우 식기(Slow Feeder) 활용하기
식기 바닥에 미로처럼 홈이 파여 있는 '슬로우 식기'를 사용해 보세요. 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쓸어 담지 못하고 알갱이를 하나씩 꺼내 먹어야 하므로,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씹어 먹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③ 노즈워크 및 퍼즐 장난감 사용
사료를 식기가 아닌 퍼즐 장난감에 넣어주거나 집안 곳곳에 흩뿌려 주는 방법입니다. 사료를 '사냥'해서 한 알씩 먹게 만들면 급하게 꿀떡 넘기는 행동을 예방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④ 평평하고 넓은 접시에 급여하기
깊은 밥그릇 대신 넓은 쟁반이나 접시에 사료를 얇게 펴서 주면, 한입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해 급체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혹시 아파서 못 씹는 건 아닐까요?"
예전에는 잘 씹어 먹던 아이가 갑자기 삼키기 시작했거나, 사료를 씹다가 뱉는 증상, 침 흘림, 입 냄새가 심해졌다면 구내염, 치주염, 치통 등 구강 내 통증 때문에 씹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동물병원에 방문해 치아 상태를 점검받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