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초콜릿을 입안에 넣으면 스르륵 녹는 부드러운 식감은 초콜릿의 주성분인 코코아 버터의 녹는점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4도 전후이기 때문임을 화학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초콜릿을 입안에 넣으면 스르륵 녹는 부드러운 식감은 초콜릿의 주성분인 코코아 버터의 녹는점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4도 전후이기 때문임을 화학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초콜릿이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식감은 코코아 버터의 독특한 트리글리세라이드 구조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다형성이라는 화학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코코아 버터는 지방의 일종으로, 하나의 글리세롤 분자에 세 개의 지방산이 결합한 트리글리세라이드가 주성분입니다. 특히 코코아 버터는 팔미트산, 올레산, 스테아르산이라는 세 가지 지방산이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로 결합해 있습니다. 이처럼 성분과 구조가 단순하고 균일하기 때문에, 여러 지방이 복잡하게 섞인 다른 유제품과 달리 녹는 구간이 넓지 않고 특정 온도에서 한 번에 녹는 날카로운 용융 특성을 보입니다.

    ​더 중요한 화학적 비밀은 분자들이 쌓여 결정체를 이루는 다형성에 있습니다. 코코아 버터는 분자 배열 방식에 따라 총 여섯 가지의 서로 다른 결정 구조를 가질 수 있으며, 각 결정마다 녹는점이 다릅니다. 이 중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5형 결정으로 불리는 베타 결정입니다.

    ​5형 결정은 분자들이 가장 조밀하고 안정적으로 패킹되어 있어 실온에서는 단단하고 표면이 매끄러운 고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 결정의 녹는점은 사람의 체온보다 살짝 낮은 33.8도 전후로 잡혀 있습니다. 초콜릿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의 열에너지가 5형 결정의 결합을 순식간에 끊어내면서 고체에서 액체로의 급격한 상변화가 일어납니다.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템퍼링이라는 정밀한 온도 조절 공정을 거치는 이유도 바로 이 5형 결정만을 선별해서 굳히기 위함입니다. 만약 템퍼링이 잘못되어 녹는점이 너무 낮은 결정이 생기면 손에서 먼저 녹아 끈적거리고, 녹는점이 36도를 넘는 6형 결정이 생기면 입안에서 잘 녹지 않아 양초를 씹는 듯한 텁텁한 식감을 주게 됩니다. 결국 체온과 정밀하게 맞물리는 분자 결정 구조가 초콜릿 특유의 매끄러운 질감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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