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검은 이물질이 떨어졌다는 대목에서 이미 답이 절반은 나와 있다고 봅니다.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그 검은 가루나 알갱이는 대부분 송풍팬에 붙어 있던 곰팡이 덩어리가 바람에 뜯겨 나온 것입니다. 필터에 낀 먼지는 회색빛 솜뭉치처럼 뭉쳐서 떨어지지, 저렇게 까맣게 점점이 날리지는 않아요.
에어컨 내부는 크게 필터, 냉각핀, 송풍팬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필터는 사용자가 뽑아서 물로 씻는 소모품이고, 냉각핀과 송풍팬은 커버를 뜯고 약품을 뿌려 고압수로 씻어내야 하는 영역이에요. 문제는 이 안쪽이 냉방 중에 늘 물이 맺히는 구조라, 습기와 먼지가 만나면 곰팡이가 그대로 자리를 잡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 시즌 조금 쓴 정도로는 기사님이 한눈에 알아볼 만큼 새까맣게 되지 않습니다.
첫째 질문부터 보면, 입주 전에 에어컨 분해청소를 마치고 인계해야 한다고 못 박아 놓은 법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붙여준 옵션 가전은 그 상태 그대로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곰팡이가 날려서 냉방을 제대로 못 쓸 정도라면 정상 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넘겨준 것이 아니라고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LH 전세라는 표현입니다. LH 전세임대는 집주인이 따로 있고 LH가 그 집을 대신 계약해서 다시 세를 놓는 구조라, 실제 수선 책임은 원래 집주인에게 있습니다. 반면 매입임대나 국민임대처럼 LH가 소유자인 경우에는 LH가 임대인이라 시설 관리 창구도 LH가 됩니다. 계약서 첫 장에 임대인이 누구로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면, 어디에 청구해야 하는지가 정리됩니다.
둘째 질문은 민법 623조가 근거입니다. 임대인은 계약 기간 내내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 줄 의무를 집니다. 판례는 형광등 교체나 변기 부속처럼 임차인이 큰 비용 없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소규모 수선은 임차인이 하고, 대규모 수선이나 기본적인 설비 부분의 교체는 임대인이 부담한다고 봅니다. 필터 세척은 명백히 임차인 몫이지만, 입주 전부터 몇 해치가 쌓인 내부 곰팡이 분해청소는 그 경계선에 걸쳐 있어서 충분히 다퉈볼 만합니다.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에어컨 청소비는 실무에서 임차인 부담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쓰면서 생긴 오염으로 보기가 쉽거든요. 그래서 승부는 입주 시점부터 이미 상태가 나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셋째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자료를 모아두시면 됩니다. 청소 전 내부 사진과 뜯어낸 물때 사진, 기사님이 오래 청소가 안 된 것 같다고 하신 내용을 문자나 메신저로 한 줄 받아두는 것, 상호와 작업 항목이 찍힌 영수증, 그리고 작년에 관리소장님께 말씀드린 날짜를 통화 기록이나 문자로 특정하는 것, 이 네 가지가 핵심입니다. 특히 작년 기록이 남아 있으면 내가 쓰다가 더러워진 것이 아니라는 가장 강한 증거가 됩니다.
청구는 관리사무소에 구두로만 말씀하지 마시고, LH 콜센터나 마이홈 포털에 정식 민원으로 접수해서 접수 번호를 남기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면 임대인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다음 단계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 소송까지 가기는 부담스럽지만, 접수 번호와 사진이 쌓이면 절반 정도 부담하는 선에서 조정되는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를 위한 관리 팁도 하나 남깁니다. 냉방을 끄기 전에 송풍으로 삼십 분쯤 돌려 내부를 말리거나 자동 건조 기능을 켜두면 곰팡이가 훨씬 덜 생깁니다. 필터는 이 주에 한 번 물로 씻고, 분해청소는 이 년에서 삼 년에 한 번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나중에 퇴거하실 때 원상회복 문제로 다시 다투지 않으시려면, 이번에 청소한 직후 상태를 사진으로 꼭 남겨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