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오진의 가능성에 대하여 묻고 싶습니다

성별

여성

나이대

20대

안녕하세요. 자아상이 불분명한 사람입니다.

최근 2달간 정신과에 내원하게 되면서 심리학자 (상담사)와 정신과 의사 두 분 모두에게 경미한 조울증 2형이라는 식견을 들었는데요, 진단 사항이나 평소 태도, 생각 그리고 감정에 대해 물을 때 기억도 안날뿐 더러 객관적으로 판단이 어려워 글을 작성해서 기록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행동양식에 '비정상'에 해당되는 부분이 상당 이상 있다 보니 순간을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 기분 상태와는 별개로 기분 조절장애에 해당되는 조울증을 의심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신 건강과 관련된 주제가 남들에게 상담하기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변인들에겐 제 평소 행동이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 묻기 어렵다 느꼈습니다. 또,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에서 제3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누구든 조울증과 관련된 경험이 있거나 관찰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의견을 제시해 주세요.

정신과 내원 계기

명확한 이유가 없는 우울 삽화. 중학생 때 사춘기를 거치면서 가정과 교우관계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늘 자살 사고와 자기 파괴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택해 왔습니다. 어릴 때는 정말로 견딜 수가 없어서 어른이 될 때까지 생존하는 것 조차 회의적이였는데요, 그런 유년기를 거치고 나니 별다른 문제가 없는 지금 마저 버릇처럼 예전 사고도식이 돌아오는 듯합니다. 지난 1월부터 3월 초까지 우울한 시기를 겪으면서 정말 제 자신이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아 도움을 받아보고자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정신 건강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극복해 보자고 하는 의지가 높아서 단기 상담은 몇 차례 경험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이유없는 우울한 시기가 가끔 찾아왔는데, 그 때마다 큰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몇 개월 (보통 2-3 개월) 이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나아져서 드디어 극복했나 싶으면 늘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주로 우울한 시기가 찾아오면 주변인과의 마찰을 만들고 상대와 절연하고 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절연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늘 타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발했다.

  • 함께 운영하는 단체나 프로젝트에서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상대가 나의 노력을 폄하하고 무시했다.

  • 관계 개선에 대해 노력해 보자고 하고는 내 기분이나 생각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내 행동만 문제 삼았다. (친구관계에서 감정적으로 울거나, 짜증을 내는 등 타인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는 감정표현에 대한 억제)

  •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다.

  • 성행위를 수동적으로 강요했다.

이러면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상대의 행동의 문제점을 우울해지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또, 이유 없이 기분이 먼저 우울해진 다음부터 헤어지거나 절연하고 싶은 욕구가 들더라고요.

교우관계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몇 년째 잘 지내오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절연을 해버리는 것은 한 우울 삽화당 한 명뿐입니다. 그리고 조울증 의심 환자로써 믿기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위의 이유들은 제 주변인들이라면 다 물증을 보고 (실제하는 대화내역이나 평소 절연상대의 평판 등) 제 판단이 올바르다고 했습니다.

조울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1. 학업, 취미, 인간관계 및 직업적 성취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점. 저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스스로를 '고기능적 정병인'이라고 정체화해 왔는데요. 물론 우울해지는 시기가 올 때면 의욕을 느끼는 것이나 수업에 가는 것 등 여러 활동을 해내기 벅차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병가를 내고, 줄일 수 있는 활동을 최대한 줄이거나, 단기 심리 상담에 참여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 해왔습니다. 좋아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도 평소에는 많고, 우울할 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식사, 수면, 운동 등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는 것도 드뭅니다. 봉사활동이나 리더십 업무에 지장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우선순위를 두고 최고 우선순위에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늘 기분과는 관련없이 잘 관리해 왔습니다. (학점 올 A+)

2. 수면 패턴에 문제가 없는 점. 경조증으로 의심되는 '도취감' 상태의 경우 주로 6-8 시간 수면을 하고, 드물게 3-4 시간 수면을 취하고도 괜찮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며칠 연속으로 잠을 자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우울할 때는 확실히 10-16시간씩 자고도 피곤하다고 느끼긴 한다만, 저는 '보통' 상태일 때도 평균 7-10시간은 수면합니다.

3. 문제를 '만들어 낸 것' 같다는 느낌. 실은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문제들이 다 망상 같거나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것들을 병리화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것 아닌가요? 20대 초반은 원래 불안한 격변의 시기가 아닌가요?

4. 애초에 조울증이 경미할 수도 있는 건가요? 경미하면… 약물이 필요하긴 한 건가요?

​​​​조울증과 겹치는 증상

1. 고등학교, 중학교와 비교해서 명확하게 차이를 보이는 경조증으로 의심되는 증상.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예전의 우울한 나날들과 비교해 제 인생은 너무 밝고 아름다워졌습니다. 가끔 살아 있는 것이 너무 아름답고 날씨가 좋다거나 노래가 좋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될 정도로 기분이 들뜹니다. 평소와 똑같은 하루지만 갑자기 너무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시기가 오면 의욕이 미친 듯이 생겨서 이것저것 신청하고 지칠 줄을 모르고 일을 하게 됩니다. 운동에 대한 의욕도 올라가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요. 취미 활동의 빈도도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말도 빨라지는 것 같고 교우관계도 더 넓히려고 하는 것 같고요. 대체적으로 이런 기분일 때 많은 활동을 새로 시작하고 우울해지면 해야 할 일을 따라잡지 못하고 피로감을 느낍니다.

2. 우울할 때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조차 없어지는 점.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듭니다. 식사는 똑같이 하는 것 같은데 체중도 2~3kg 정도 줄어드는 것 같고요. 식욕은 비슷합니다.

3. 단기적 게임 중독 및 자주 휙휙 바뀌는 관심사. 평소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인데요, 가끔 어떤 게임에 꽂히면 한 일주일 정도 밤을 샐 정도로 열심히 몇 시간이고 게임을 한 다음 게임을 삭제하고 영영 들어다보지도 않습니다. 또 관심사가 방대하고 하나에 꽂히면 엄청 좋아하다가도 몇 개월 오래 가지 않습니다. 다만 가끔 몇 년, 혹은 몇십 년씩 좋아하는 취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4. 자기 파괴적인 도피 방법. (Ex) 폭식/제거 행동)

5. 소비 패턴. 검소한 사람인데 가끔 10~20만 원 정도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지를 때가 있습니다.

제 의견과는 별개로 정신과는 계속 내원할 계획이고 약물 치료도 하라면 할 예정이지만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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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답변이 있어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술하신 양상만으로는 양극성 장애 2형(조울증 2형) 진단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과진단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경계적 상황으로 보입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이 구간은 진단 일치도가 낮고, 경과 관찰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병태생리 관점에서 양극성 장애 2형은 반복적인 주요 우울 삽화와 함께 경조증 삽화가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경조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 최소 4일 이상 지속되는 비정상적인 기분 상승 또는 과민성, 그리고 활동 증가, 수면 욕구 감소, 사고의 비약, 충동성 증가 등의 증상이 기능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요한 점은 ‘평소와 비교하여 명확한 변화’와 ‘주변인이 인지할 정도의 변화’입니다.

    작성하신 내용을 구조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됩니다.

    첫째, 우울 삽화는 비교적 전형적입니다. 이유 없이 수개월 지속되는 우울, 흥미 저하, 과수면, 자살 사고, 기능 저하 등이 반복된다는 점은 주요 우울 삽화 기준에 부합합니다. 이는 단극성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 소견입니다.

    둘째, 경조증 가능성은 “애매한 수준”입니다. 기분 상승, 활동 증가, 계획 과다, 사회적 확장, 말 증가 등의 요소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핵심 판단 포인트인

    1. 지속 기간이 4일 이상 명확한지,

    2. 수면 욕구 감소가 뚜렷한지,

    3. 기능 변화(예: 과도한 지출, 대인 갈등, 업무 과부하)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인지,

    4. 타인이 “평소와 다르다”고 명확히 인지하는지

    이 부분이 현재 기술만으로는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6시간에서 8시간 수면 유지”, “학업 및 기능 유지”, “지출 규모가 제한적”, “사회적 문제의 정도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전형적인 경조증보다는 성격 특성이나 기분 반응성의 범주로도 설명 가능합니다. 다만 “여러 활동을 과도하게 벌이고 이후 감당이 어려워지는 패턴”은 양극성 스펙트럼에서 흔히 관찰되는 양상입니다.

    셋째, 관계 패턴은 양극성 장애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우울 삽화에서 관계 단절 욕구가 증가하고, 이후 실제로 절연이 이루어지는 양상은 기분 장애와 관련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정서 조절 문제나 성격 구조(특히 경계선 성향)와도 일부 겹칩니다. 다만 기술된 내용만으로 특정 성격장애를 진단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넷째, “고기능 유지”는 양극성 장애를 배제하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양극성 장애 2형 환자 중 상당수가 학업 및 직업 기능을 일정 수준 유지합니다. 이는 주요 진단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입니다.

    다섯째, “경미한 조울증”이라는 표현은 임상적으로는 양극성 스펙트럼 또는 양극성 장애 2형 초기 상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진단이 확정적이라기보다 “가능성 기반 가설”로 접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치료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리면, 경조증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1. 반복되는 우울 삽화

    2. 자살 사고

    3. 기능 저하

    가 있다면 약물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항우울제 단독 사용은 양극성 장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기분 변동을 악화시킬 수 있어, 기분 안정제 계열을 사용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단극성 우울증, 양극성 장애 2형,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 그리고 일부 성격 특성이 혼재된 상태로 보이며, 단일 시점에서 확정 진단보다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경과 관찰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참고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서 DSM-5-TR, 캐나다 및 미국 양극성 장애 치료 가이드라인(CANMAT, APA), Goodwin & Jamison의 “Manic-Depressive Illness” 등에서 해당 기준과 임상적 경계 영역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감정, 수면, 활동량, 충동성, 대인관계 변화를 일자별로 기록하는 것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특히 “기분 변화 이전에 행동이 변하는지, 아니면 기분이 먼저 변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