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면 일본어를 고르겠습니다. 한 언어만 골라야 한다면 투자 대비 얻는 게 가장 큰 언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한국어 화자에게 일본어는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외국어 축에 듭니다. 어순이 똑같아서 머릿속에서 문장을 뒤집을 필요가 없고, 조사와 존댓말 체계도 대응이 되며, 한자어 어휘는 발음만 조금 바꾸면 그대로 통하는 게 수두룩합니다. 도서관을 도쇼칸, 무리를 무리라고 하는 식이죠. 미국 국무부에서 자국민 기준으로 언어 난이도를 매긴 자료를 보면 일본어는 최상위 난이도에 들어가는데, 그건 영어 화자 기준이고 한국어 화자에게는 완전히 이야기가 다릅니다.
영어가 계속 실패하셨다는 것도 능력 문제가 아니라 목적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영어는 왜 해야 하는지가 막연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동기가 오래 못 갑니다. 반면 일본 여행을 가서 식당에서 주문하고 길을 묻고 싶다는 건 아주 구체적인 목표라, 그 자체가 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성인의 외국어 학습에서 재능보다 훨씬 중요한 게 이 부분입니다.
혹시 다시 도전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순서만 바꿔 보시길 권합니다. 문법책 첫 장부터 떼는 방식은 대부분 석 달을 못 넘깁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이 주 안에 외우시고, 그다음부터는 여행에서 쓸 문장 백 개 정도를 통째로 소리 내어 외우는 쪽이 훨씬 오래갑니다. 문법은 그 문장들이 입에 붙은 다음에 설명을 들으면 훨씬 잘 이해됩니다. 아랍어도 매력적이지만 문자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방언 차이가 커서 첫 외국어로는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집트 여행 정도라면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충분히 다닐 수 있고요.
덧붙이면 언어에 취약하다고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학창시절 국어나 영어 성적은 시험 치는 요령에 가까운 거라 실제 외국어 습득 능력과는 별개입니다. 예순이 넘어 일본어를 시작해 혼자 오사카를 여행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매일 십 분씩 소리 내어 읽는 것만 일 년 하면 생각보다 훨씬 멀리 가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