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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음악만 따로 묶은 그래미 부문, 존중일까요 차별일까요?

아시아 음악만 따로 묶은 그래미 부문, 존중일까요 차별일까요?

지난 6월 신설된 '베스트 아시안 팝' 부문이 인종 분리 논란을 부르자 주최 측이 재검토에 나섰습니다. 별도 부문을 두는 방식, 어느 쪽이 더 크다고 보시나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강경원 전문가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취지는 존중일 수 있지만, 현재의 설계 방식은 차별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이번 경우에는 특히 그 경계가 아주 미묘합니다. 실제로 2026년 6월 그래미가 신설한 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는 K-pop·J-pop·C-pop 등을 대상으로 하고, 아시아 언어의 사용을 중요한 자격 기준으로 삼습니다. 다만 그래미 측은 “인종이나 국적이 아니라 음악 스타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했고, 이 부문에 출품해도 Album of the Year·Record of the Year 같은 일반 부문에 동시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생긴 이유가 바로 '별도 부문'이라는 상징성입니다.

    저는 이렇게 구분해서 봅니다.

    ① 별도 부문 자체는 반드시 차별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그래미에는 이미

    Best Latin Song

    Best Reggae Album

    Best African Music Performance

    Best R&B Performance

    같이 특정 음악권·장르를 위한 부문이 있습니다.

    그 음악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는데도 기존의 서구 중심 장르 분류만으로는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면, “당신들의 음악도 그래미가 중요한 음악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별도 부문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존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미 측도 바로 이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아시아 팝이 세계 음악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 영향력과 예술성을 별도로 조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별도 부문'이 어떤 의미로 작동하느냐입니다.

    여기서 존중과 차별이 갈립니다.

    “아시아 음악이 너무 중요해졌으니 하나 더 만들자.”

    → 존중

    “아시아 음악은 본래의 그래미 경쟁에서는 따로 떼어놓자.”

    → 차별

    은 겉으로는 똑같이 '아시안 부문'을 만드는 일이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BTS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상당히 이해가 됩니다.

    BTS는 2027 그래미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에 따라 나뉘기보다 음악 자체로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논란 이후 그래미 측도 입장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8월 중순에는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가 일부 아티스트들이 이 부문을 자신들이 열심히 만든 음악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저는 특히 '유럽 부문'이 없다는 점이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그래미가

    Best European Pop Music

    을 새로 만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영국의 Adele, 스웨덴의 ABBA 계열 음악,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음악 등을 따로 모아 놓고

    "유럽 음악의 영향력이 커졌으니 이제 유럽 팝을 위한 상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하면 상당히 이상하게 들릴 겁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주류 음악상에서 유럽 음악은 이미 '세계 음악'으로서 경쟁할 자격이 있다고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시아 음악은 아직도

    '아시아 음악'이라는 별도의 상자가 필요하다

    고 보는 순간, 의도와 관계없이 서구 음악 = 보편적 음악 / 아시아 음악 = 지역 음악이라는 위계가 만들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만약 아시안 팝을 별도 부문으로 만들지 않고 모든 팝을 하나로 경쟁시키면 과연 공정할까요?

    미국 음악산업과 영어권 시장에 훨씬 익숙한 그래미 유권자들이 한국어·일본어·중국어로 만들어진 음악의 음악적 맥락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별도 부문을 없애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① 아시아 음악을 위한 전문적인 별도 부문을 인정한다.

    ② 동시에 아시아 음악을 '지역 음악'으로 가두지 않고 모든 주요 일반 부문에서 똑같이 경쟁하게 한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래미는 적어도 규정상으로는 ②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Asian Pop에 출품한 음악도 Album of the Year나 Record of the Year 등에 출품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 그래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시안 팝 부문'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존중입니다.

    하지만 그 부문이 아시아 음악의 위상을 높이는 '추가적인 무대'가 아니라, 아시아 음악을 본상 경쟁에서 사실상 분리하는 '별도의 방'처럼 기능한다면 차별입니다.

    이번 논란은 바로 그 상징적인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BTS의 문제 제기가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K-pop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이미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 지금은,

    “아시아 음악도 하나의 특별 부문에서 인정해 주겠다.”

    라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아시아 음악도 그냥 음악이다. 필요하면 다른 음악과 똑같이 경쟁한다.”

    라는 단계로 넘어갈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아시안 팝 자체를 조명하는 별도 상은 그대로 두되, 그 상이 '격리'가 아니라 '추가적인 인정'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