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 없는 이유는 확률에 있어요. 엔트로피는 같은 겉모습을 만드는 미시 상태의 가짓수예요. 기체 분자 1몰이 방에 있을 때, 방 전체에 골고루 퍼진 배치의 가짓수가 한쪽 구석에 몰린 배치보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아요. 분자들은 무작위로 움직이니, 시간이 지나면 압도적으로 가짓수가 많은 상태 쪽으로 가게 돼요. 반대로 가는 건 금지된 게 아니라 확률이 극도로 낮은 거예요.
얼마나 낮은지 감을 잡아보면, 분자 100개만 있어도 전부 방 왼쪽 절반에 모일 확률이 2의 100제곱 분의 1이에요. 실제 기체는 분자 수가 10의 23제곱 개 수준이라, 그 확률은 우주 나이 동안 기다려도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정도보다 훨씬 작아요. 그래서 원리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에서는 절대 관측되지 않아요.
이게 방향성의 근본 원리로 여겨지는 이유는 다른 물리 법칙과의 차이 때문이에요. 뉴턴 역학이나 전자기학, 양자역학의 기본 법칙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똑같이 성립해요. 공이 튀는 영상을 거꾸로 틀어도 역학적으로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깨진 컵이 다시 붙지 않고 섞인 커피와 우유가 분리되지 않아요. 미시 법칙에는 방향이 없는데 거시 세계에는 방향이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게 제2법칙이에요.
고립계라는 조건이 붙는 것도 중요해요. 냉장고 안처럼 외부에서 에너지를 넣어주면 국소적으로 엔트로피를 줄일 수 있어요. 대신 그 과정에서 바깥으로 더 많은 열을 버리니, 전체를 합치면 여전히 늘어나요. 생명체가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구조라, 먹은 음식의 에너지를 쓰며 주변 엔트로피를 늘린 대가로 몸속 질서를 지키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