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아파트의 수도꼭지를 갑자기 틀었을 때 수돗물이 일시적으로 뿌옇게 변하는 백수 현상은 높은 배관 압력과 대기압의 차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아파트 배관 내부의 물은 강력한 펌프와 밀폐된 구조로 인해 평상시 매우 높은 압력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체의 용해도는 압력이 높을수록 커진다는 헨리의 법칙에 따라, 배관 속의 고압 환경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공기가 물속에 과포화 상태로 강제로 녹아들게 됩니다.
오랫동안 물을 쓰지 않아 배관 내에 갇혀 있던 물속에는 이러한 공기가 한계치까지 녹아 가득 차 있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수도꼭지를 열면, 고압 상태의 물이 갑자기 압력이 훨씬 낮은 외부 대기압 환경으로 노출됩니다.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물이 붙잡을 수 있는 공기의 양(용해도)이 순간적으로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과포화 상태로 억눌려 녹아 있던 공기들이 물 밖으로 튕겨 나오며 방출됩니다.
이때 방출된 공기들은 거대한 방울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마이크로 기포의 형태를 띠게 됩니다. 이 수많은 미세 기포들이 빛을 사방으로 난반사시키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물이 우유처럼 하얗고 뿌옇게 오염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물을 컵에 담아 가만히 두면, 가벼운 공기 기포들이 부력에 의해 서서히 위쪽으로 떠올라 대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므로 아래쪽부터 점차 원래의 투명한 물로 되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