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시면서 주인공 지선우가 처했던 극한의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법적·사회적 비난에 대해 많이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드셨나 봅니다. 남편의 배신과 폭력, 그리고 상간녀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생각하면 주인공의 선택을 단순한 '불륜'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하신 미국의 제도와 한국의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왜 이런 인식과 법적 차이가 발생하는지 차분하게 짚어드릴게요.
질문하신 대로 미국과 한국은 이혼을 바라보는 법적 관점이 꽤 다릅니다.
미국 (파탄주의)은 대부분의 주가 'No-Fault Divorce(무과실 이혼)'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기보다 "이미 부부 관계가 회복 불가능하게 깨졌는가"를 중요하게 봅니다. 그래서 바람을 피웠더라도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유책주의)은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잘못이 있는 사람(유책배우자)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혼이라는 약속을 깬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법정에서 "누가 더 잘못했나"를 진흙탕 싸움처럼 따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상간 소송 같은 심리적·경제적 보복 수단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상간 소송(Alienation of Affection)이 거의 사라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것을 이해하고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미국 법원은 사랑이나 외도 같은 사적인 감정 문제를 법이 개입해서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부작용이 크다고 봅니다. 즉, 이해해서가 아니라 법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이는 소수의 선택적인 라이프스타일이지, 대중적으로 "배우자의 외도를 무조건 용납해야 한다"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개인의 선택을 사회가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배상하게 만드는 것에는 매우 보수적(반대적)입니다.
한국은 왜 상간 소송을 유지하고 있을까?
한국 사회가 유독 엄격한 이유는 결혼을 단순한 계약 이상의 '도덕적 결합'이자 '가족 공동체의 근간'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지자, 민사상 손해배상(상간 소송)이 유일한 피해 보상 수단이 되었습니다. "가정을 깬 사람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책임이라도 물어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여전히 매우 강합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처럼 먼저 배신당한 경우라면 억울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경제력이 없는 배우자가 상대의 외도로 버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변호사들이 주인공을 비난한 것이 "좀 그랬다"고 느끼신 건 당연합니다. 지선우는 남편의 배신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법은 '동기'보다 '행위' 자체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웠으니 나도 맞바람을 피워 증거를 잡겠다"는 논리가 도덕적으로는 이해될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본인 역시 유책 사유를 만드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