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눈이 빨개지는 건 눈 표면의 가는 혈관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흰자에는 아주 가느다란 혈관이 촘촘히 깔려 있는데, 평소에는 잘 안 보이다가 굵어지면 눈에 띄게 됩니다. 왜 굵어지는지가 핵심인데 이유가 몇 가지 겹칩니다.
첫째는 건조입니다. 피곤하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특히 화면을 볼 때는 평소의 삼분의 일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눈물막이 마르면 표면이 자극을 받고, 우리 몸은 그 부위를 회복시키려고 혈류를 늘립니다. 그 결과가 충혈입니다.
둘째는 산소 부족입니다. 각막에는 혈관이 없어서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받아들입니다. 오래 깨어 있거나 렌즈를 오래 끼고 있으면 각막에 산소가 모자라게 되고, 주변 혈관이 넓어져서 이를 보충하려 합니다.
셋째는 눈 주변 근육의 피로입니다. 가까운 곳을 오래 보면 초점을 맞추는 근육이 계속 긴장합니다. 근육이 지치면 그 주변 혈류가 늘어나고 눈이 뻑뻑하면서 빨개집니다.
넷째는 수면 부족 자체입니다. 자는 동안 눈은 눈물에 잠긴 채 회복하는데, 잠이 모자라면 그 시간이 줄어듭니다. 밤을 새운 다음 날 유독 눈이 빨간 것이 이 때문입니다.
도움이 되는 방법도 몇 가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십 분마다 이십 초씩 육 미터쯤 떨어진 곳을 바라보세요. 초점 근육을 쉬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깜빡여 주세요. 완전히 감았다 뜨는 깜빡임이 눈물막을 고르게 펴 줍니다.
따뜻한 수건을 눈에 오 분 정도 올려 두시면 기름샘이 풀려 눈물이 덜 마릅니다. 충혈이 심할 때는 차가운 것이 더 편하니 상황에 따라 바꾸시면 됩니다.
화면 밝기를 주변보다 살짝 어둡게 맞추고, 가습으로 습도를 유지하시고,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이 얼굴로 바로 오지 않게 방향을 돌려 주세요.
그리고 충혈을 없애 준다는 안약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혈관을 억지로 수축시키는 성분이 든 제품은 당장은 하얘지지만 자주 쓰면 끊었을 때 더 빨개지는 반동이 옵니다. 인공눈물 위주로 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 보셔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곱이 많이 끼거나, 아프거나, 시야가 흐려지거나, 한쪽만 심하게 빨갛거나, 며칠 지나도 가라앉지 않으면 단순 피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