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나요?
예전에는 집에서 어머님이나 할머님이 바느질을 하곤 하셨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바느질을 많이 했습니다. 바늘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나요?
안녕하세요. 정중한해파리168입니다.
한반도에서는 골제로 만든 바늘이 발견되고 분황사 모전석탑 사리함에서 발견된 금제, 은제 바늘이 출토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꾸준히 바늘을 생산했다. 고려시대에는 청동제 바늘을 생산했던 것이 유물로 남아 있다. 조선 전기에는 침장(針匠) 또는 침공(針工)이라 불리는 장인이 존재했다. 세조의 계유정난에 참가한 무신 봉석주는 바늘제작을 하는 침공(針工)에게 술을 먹이고 바늘 수십 매를 만들게 하고 종들을 다른 지방으로 나누어 보내면서 사람마다 바늘 한 개씩을 주었는데 이 바늘로 각각 달걀 하나를 사도록 한 뒤에 다시 그 사람에게 돌려주고, 가을이 되면 큰 닭을 변상하게 하였다고 한다.(용재총화)
조선의 바늘 제작은 양란을 거치고 조선 후기에 들어 감소하기 시작해서 18세기 말 ~ 19세기 시기엔 이 시기에 활동하던 정약용, 서유구, 이규경 같은 학자들이 '조선은 바늘을 못 만든다'라고 한탄할 정도로 바늘 기술이 쇠퇴했다.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 때는 국내에서 철사장이 없어져서 명으로부터 철사를 수입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가 중국 전체를 장악하고, 1646년(인조 24년) 청나라의 요청으로 중강개시가 복구된 이후 조선-청나라간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의 발전된 수공업을 통해 생산된 막대한 바늘 물량이 국내에 수입되었다. 이러다보니 효종 때 조선왕실의궤에서 바늘 장인인 침장(針匠)이 등장한것을 마지막으로 바늘 장인에 대한 언급이 끊기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사실상 영세했던 조선 내 바늘산업은 이 시기에 궤멸되고 만다. 이후 조선은 꾸준히 중국의 바늘을 사서 사용했다.
사실 이 부분은 21세기에도 한국 내 바늘은 거의 다 중국산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나듯이 세계의 공장으로써 중국의 공업 생산량이 얼마나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지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근대적 대량생산, 분업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전근대 한반도 지역의 영세한 수공업이 가졌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