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모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고, 기전이 겹쳐 있습니다.
뜨거운 물로 장시간 샤워하면 피부 혈관이 광범위하게 확장되면서 말초 혈액량이 늘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고온 환경에서 발한까지 더해지면 유효 순환혈량이 감소하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시야 흐림, 어지러움, 구토감, 배변감, 창백함, 축 늘어지는 느낌은 이런 혈관미주신경 반응(vasovagal response) 또는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앉으면 나아졌다가 일어서면 다시 어지러운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예전부터 뜨거운 물에서 명치 통증, 호흡 곤란이 있었다는 것도 같은 반응이 반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복 상태라는 점은 저혈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당뇨 전단계에서는 인슐린 분비 타이밍이 어긋나 식후 반응성 저혈당이 생기기도 하고, 공복 시 혈당 조절도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허기감이 강하게 느껴진 것은 저혈당 시에도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다만 오늘 증상의 주된 원인은 열 자극에 의한 혈압 저하 쪽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당분이 포함된 음식이나 음료를 소량 드시고, 충분히 누워 안정을 취하시는 것입니다.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무리해서 일어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공복 상태에서 뜨거운 물로 장시간 샤워하는 것을 피하시고, 샤워 시간도 15분 이내로 줄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처럼 심한 증상이 처음이라고 하셨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기립성 저혈압 여부와 혈당 조절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내과에서 혈압 측정(누운 상태와 일어선 상태 비교)과 혈당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