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특징들을 정리해보면 꽤 일관된 그림이 나와요. 피부 바로 밑에 있고, 꼬집으면 도망가듯 움직이고, 피부에는 붙어 있지 않고, 통증 없고, 작고 딱딱하고, 눌러도 모양이 잘 안 변한다. 이렇게 잘 움직이고 경계가 분명하면서 단단한 작은 결절은 양성 병변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악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건 보통 그 반대거든요. 주변 조직에 단단히 붙어 안 움직이고, 점점 커지고, 딱딱하면서 불규칙한 경우요.
가장 가능성 높은 건 표피낭종(epidermal cyst)이나 피지낭종 계열이에요. 각질이 피부 안쪽에 주머니처럼 갇혀 만들어지는 건데, 작을 땐 비비탄처럼 단단하고 또르르 굴러다니는 느낌이 납니다. 통증이 없는 점도 잘 맞고요. 겨드랑이에 흔하게 생기는 자리입니다.
또 하나 후보는 석회화된 상피종, 그러니까 모기질종(pilomatricoma)이에요. 젊은 사람한테 잘 생기고, 안에 칼슘이 침착되면서 돌처럼 단단하게 만져지는 게 특징입니다. 눌러도 모양이 안 변할 만큼 단단하다는 점이 이쪽하고도 맞아떨어져요. 그 외에 피부밑 지방으로 된 지방종도 가능한데, 지방종은 보통 말랑한 편이라 지금처럼 딱딱하다는 표현하고는 조금 덜 맞습니다.
걱정하신 림프절 비대 쪽은,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지만 양상이 좀 달라요. 커진 림프절은 보통 더 말랑하거나 고무지우개 같은 탄력이 있고, 비비탄처럼 딱딱하게 만져지는 경우는 덜합니다. 다만 겨드랑이는 림프절이 모여 있는 자리라, 직접 만져보고 크기와 개수를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유방섬유선종으로 추적 중이시라니 더더욱 한 번 확인받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마침 정기적으로 유방 초음파를 받고 계시니, 이 겨드랑이 알갱이도 다음 진료 때 같이 봐달라고 하시는 게 가장 깔끔합니다. 초음파로 보면 낭종인지 림프절인지 고형 종물인지 몇 분 안에 구분되고, 위치상 유방외과나 영상의학과에서 이미 보던 영역과 이어져요. 지금 통증도 없고 빠르게 안 커지면 응급은 전혀 아니고, 다음 정기검진 때 챙기시면 됩니다.
다만 그 사이에 이런 변화가 생기면 그땐 따로 일정을 당기세요. 알갱이가 눈에 띄게 빠르게 커질 때, 갑자기 단단히 고정되어 안 움직일 때, 빨갛게 붓고 아프거나 열이 날 때, 겨드랑이뿐 아니라 목이나 쇄골 위 같은 다른 부위 림프절도 같이 만져질 때. 이런 조합은 단순 양성 결절을 넘어선 평가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집에서는 자꾸 만지고 꼬집어 확인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위치와 크기를 계속 자극하면 염증이 생겨 없던 통증이 생기고, 낭종이면 터져서 주변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위치를 대충 기억해두시고, 한 달쯤 간격으로 크기가 달라지는지만 가볍게 살피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