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비밀 대피소'를 찾아 숨는다>
세차게 흐르는 계곡을 보면 전체가 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것 같지만, 실제 물속은 완전히 다릅니다.
경계층 효과: 유체역학적으로 물이 바위, 돌, 혹은 바닥과 부딪히는 표면 바로 위쪽은 마찰력 때문에 물이 거의 흐르지 않거나 속도가 매우 느려집니다. 이를 '경계층'이라고 합니다. 물고기들은 이 바닥 납작하게 붙어서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급류를 피합니다.
와류(소용돌이) 공간 활용: 큰 바위나 쓰러진 나무 뒤편에는 물이 역방향으로 돌거나 멈춰 서 있는 공간(와류 지대)이 생깁니다. 물고기들은 비가 많이 오면 이런 바위 뒤나 계곡 가장자리의 풀숲, 수면 아래 틈새로 들어가 장마가 지나갈 때까지 대피합니다.
<소용돌이 에너지로 '역주행'을 한다>
물고기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갈 때는 깡다구(?)로 힘차게 헤엄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앞에 있는 바위가 만들어낸 소용돌이를 이용합니다.
물이 바위를 지나갈 때 좌우로 번갈아가며 소용돌이(카르만 와류)가 발생하는데, 영리한 물고기들은 이 소용돌이의 흐름에 몸을 맞춰 양력을 얻는 '슬라로엄(Slalom)' 기술을 씁니다.
마치 요트가 바람을 지그재그로 맞아 역풍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듯, 물고기도 소용돌이가 밀어주는 힘을 이용해 최소한의 에너지만 쓰고 툭툭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이를 과학계에서는 '와류 포획(Vortex Exploitation)'이라고 부릅니다.
<급류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
계곡에 사는 물고기들(버들치, 금강모치, 꾹저구, 퉁가리 등)은 강 하류에 사는 붕어나 잉어와 체형부터 다릅니다.
유선형 몸매와 강력한 지느러미: 몸이 가늘고 매끄러운 유선형이라 물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받습니다. 또한 꼬리지느러미 근육이 극단적으로 발달해 있어 순간적으로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습니다.
빨판과 납작한 배: 꾹저구 같은 어종은 배지느러미가 빨판 구조로 진화하여 거센 물살 속에서도 바위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계곡 물고기들도 배가 납작해서 바닥에 밀착하기 좋은 구조를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