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고양이가 늦은 밤만 되면 갑자기 온 집안을 미친 듯이 우다다 뛰어다니는 이유가 뭘까요?

얌전하게 잠만 자던 반려묘가, 가족들이 자려고 불을 끄는 늦은 밤만 되면 갑자기 눈이 커져서 거실과 방을 사방팔방 미친 듯이 뛰어다닙니다. 이른바 '우다다'라고 불리는 이 행동이, 야행성 포식자로서 사냥 본능이 남아있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터져 나오는 건가요? 층간소음도 걱정되는데 왜 유독 밤에만 이러는지 고양이의 진짜 심리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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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임형준 수의사입니다.

    조용하던 고양이가 늦은 밤만 되면 갑자기 온 집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흔히 '우다다'라고 부르는 이 행동은 대부분 이상 행동이 아니라 고양이의 본능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야행성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양이는 '박명박모성' 동물입니다. 즉, 해가 뜨기 직전과 해가 진 직후처럼 주변이 어스름한 시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야생에서는 이 시간이 쥐나 작은 새 같은 먹잇감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살아도 고양이의 몸속 생체시계는 저녁이 되면 "지금이 사냥할 시간"이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밤이 되면 우다다가 더 심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낮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TV 소리, 청소기 같은 다양한 자극이 있지만 밤이 되면 집안이 조용해집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오히려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또한 가족들이 모두 집에 들어와 한곳에 모이고 불을 끄면 사회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면서 놀고 싶은 욕구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하루 동안 쌓인 에너지도 영향을 줍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는 하루 대부분을 자지만 깊게 자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사냥하거나 뛰어다닐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사용하지 못한 에너지가 저녁이 되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입니다.

    우다다를 자세히 보면 단순히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냥 행동과 매우 비슷합니다. 갑자기 몸을 낮추고, 눈을 크게 뜨며, 방향을 급격하게 바꾸고, 옆으로 점프하거나 벽을 타는 행동은 모두 야생에서 먹잇감을 추적하고 사냥할 때 사용하는 움직임입니다. 집 안에서는 실제 먹이가 없기 때문에 소파나 복도, 장난감, 심지어 빛의 반사나 작은 먼지까지도 사냥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경험하는 또 다른 현상이 배변 후 갑자기 뛰어다니는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배변을 마치면서 긴장이 풀리거나 장운동이 자극되고 몸이 가벼워져 기분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야생에서는 배변한 장소가 포식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위험한 장소였기 때문에 배변 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는 습성이 남아 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우다다는 어린 고양이일수록 더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생후 1~2살 무렵이 가장 활발하며,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우다다도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층간소음이 걱정된다면 우다다를 억지로 막기보다는 저녁 시간에 에너지를 미리 소모시켜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낚싯대 장난감으로 10~15분 정도 사냥 놀이를 충분히 해주고, 놀이가 끝난 뒤 식사를 제공하면 야생에서의 '사냥하고 먹고 그루밍한 뒤 잠드는' 자연스러운 행동 순서가 만들어져 밤에 뛰어다니는 횟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끄럼 방지 매트나 러그를 깔아 소음을 줄여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평생 얌전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심한 우다다를 시작했거나, 뛰다가 비명을 지르거나 통증을 보이는 경우, 꼬리를 심하게 물거나 피부가 과도하게 예민해지는 경우, 방향 감각 이상이나 발작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우다다가 아니라 신경계나 통증과 관련된 질환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밤의 우다다는 집고양이가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야생의 사냥 본능과 생체리듬, 그리고 하루 동안 쌓인 에너지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보호자가 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놀이와 생활 리듬을 만들어 준다면 사람과 고양이 모두 더욱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Small Animal Spinal Disorders, 2nd Edition.
    Practical Guide to Canine and Feline Neurology, 3rd Edition.
    Fossum's Small Animal Surgery, 5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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