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못 드신 상태에서 새벽부터 구토와 설사가 반복되고, 헛구역질과 침이 계속 고이는 느낌이 든다면 급성 위장관염, 흔히 식중독 양상에 가까운 경과로 보입니다. 열이 없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토하고 설사하는 빈도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점이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응급실과 일요일 내과 진료 중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지금 수분을 입으로 섭취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물을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셔도 계속 토해내는 상태라면, 탈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수액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고, 이 경우는 일요일 내과를 기다리기보다 응급실 방문을 권합니다. 저혈압이 있으시다는 점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탈수가 동반되면 혈압이 더 떨어지면서 어지러움이나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평소보다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면 물이나 이온음료를 아주 조금씩, 자주 마셨을 때 어느 정도 넘어가고 토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장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 중일 수 있어 오늘 하루 경과를 보면서 내일 내과 진료를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그 사이에도 어지러움이 심해지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입이 심하게 마르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는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약 복용 관련해서는, 복용 후 30분 이내에 전부 토해내셨다면 대부분 흡수가 거의 안 된 상태로 보셔도 됩니다. 다만 지금처럼 헛구역질과 메스꺼움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다시 약을 드시면 또 토해낼 가능성이 높고, 빈 속에 약을 넣으면 위 자극으로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다시 복용하시기보다는, 구토 증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물을 마셔도 괜찮은 상태가 된 후에 복용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케이캡정은 위산 분비 억제제라 한 번 건너뛴다고 해서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실로스탄씨알정은 혈전 예방 목적의 약인데, 한 번 빠진다고 급격한 위험이 생기는 약은 아니지만, 평소 이 약을 복용하시는 이유가 있으실 테니 가능하면 오늘 밤이나 컨디션이 회복되는 시점에 다시 챙겨 드시는 게 좋습니다. 고혈압약도 하루 한 번 건너뛰는 것 자체로 급성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지만, 혈압이 평소보다 더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니 혈압을 한 번 측정해보시고, 너무 낮게 나온다면 그 약은 오늘은 보류하시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지금은 약을 다시 먹는 것보다, 탈수를 막는 게 우선입니다. 작은 컵에 물이나 이온음료를 따라 한 번에 한두 모금씩,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시도해보시고, 그것도 어렵다면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으시는 게 가장 빠른 회복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