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양자얽힘은 왜 정보전달에 쓸 수 없나요?

멀리 떨어진 입자가 순간적으로 상태를 공유하는 양자얽힘이 초광속 통신에 쓰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안 되는 이유는 측정 결과를 내가 고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얽힌 입자 쌍을 나눠 갖고 한쪽을 측정하면 상대 쪽 상태가 즉시 정해지는 건 맞아요. 문제는 내가 측정했을 때 나오는 값이 완전히 무작위라는 거예요. 위나 아래 중 어느 쪽이 나올지 내가 정할 수 없으니, 그 결과에 내 뜻을 실어 보낼 방법이 없어요. 통신이란 보내는 쪽이 신호를 선택할 수 있어야 성립하는데 그 선택권 자체가 없는 거예요.

    받는 쪽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상대방이 자기 입자를 측정했든 안 했든, 내 쪽에서 보이는 건 무작위한 값들의 나열이에요. 통계적으로도 구별이 안 돼요. 두 결과가 서로 맞물려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각자의 결과를 맞춰봐야 드러나고, 그 대조 과정은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는 일반 통신이에요. 그래서 얽힘은 상관관계는 즉시 성립하지만 정보 전달 속도는 여전히 광속에 묶여 있어요. 이걸 양자역학에서 통신 불가 정리로 증명해뒀어요.

    비유하면 동전 두 개를 특별하게 만들어 늘 반대 면이 나오도록 해두고 멀리 나눠 가진 상황이에요. 내가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상대는 뒷면이라는 걸 즉시 알지만, 내가 앞면을 나오게 할 수 없으니 그걸로 메시지를 보낼 수는 없어요. 얽힘은 이 비유보다 훨씬 기묘한 상관이지만 신호를 못 보낸다는 결론은 같아요.

    그래서 얽힘의 실용적 쓰임새는 통신 속도가 아니라 보안이에요. 양자 암호는 얽힌 광자로 무작위한 키를 양쪽이 공유하는 방식인데, 도청자가 중간에서 측정하면 상관관계가 깨져 즉시 들통나요. 정보를 빠르게 보내는 데는 못 쓰지만, 안전하게 보내는 데는 쓸 수 있는 거예요 :)

    채택 보상으로 316베리 받았어요.

    채택된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