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기압 숫자만 놓고 보면 고기압이 더 센 건 아니에요. 태풍 중심은 900hPa대까지 내려가고 북태평양고기압은 1020hPa 안팎이라 차이가 크지 않아요. 차이는 규모에서 나와요. 태풍은 지름이 수백 km인데 고기압은 수천 km에 걸쳐 대기 상층까지 두껍게 자리 잡고 있어서, 주변 바람의 흐름 자체를 결정해요.
태풍은 스스로 방향을 정해 달리는 힘이 약해요. 대부분 주변의 큰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데, 이게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도는 흐름이에요. 강물에 떠내려가는 공이 바위를 만나면 가장자리를 타고 돌아가는 것과 비슷해요.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을 만큼 서쪽으로 넓게 뻗어 있으면 태풍은 그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쪽으로 빠지고,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면 그 틈으로 북상해 우리나라에 닿아요.
고기압 안쪽은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가라앉는 곳이라 구름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요. 태풍이 이 영역에 파고들면 수증기 공급이 끊기면서 세력이 약해지니, 막힌다는 표현이 나오는 거예요. 보통은 여름 태풍 진로 예보가 이 고기압의 확장과 수축을 얼마나 정확히 읽느냐에 좌우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