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탈모(androgenetic alopecia)는 단순히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아서” 생기는 질환은 아닙니다. 핵심은 혈중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농도 자체보다는, 두피 모낭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전환되고, 이에 대한 모낭의 유전적 감수성입니다.
병태생리적으로 보면, 테스토스테론이 5α-환원효소(5-alpha reductase)에 의해 DHT로 변환되고, 이 DHT가 모낭의 안드로겐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모낭이 점차 위축됩니다. 그 결과 성장기(anagen)가 짧아지고 모발이 가늘어지는 소형화(miniaturization)가 반복되면서 전형적인 M자 또는 정수리 탈모가 진행합니다.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라 해도 탈모는 충분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형 탈모 환자는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입니다. 즉, “수치가 높을수록 반드시 더 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유전적 요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유전자와 5α-환원효소 활성의 개인차가 모낭의 민감도를 결정합니다. 같은 호르몬 수치라도 모낭이 민감한 사람은 탈모가 진행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셋째,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finasteride)는 5α-환원효소 2형을 억제하여 DHT를 감소시키는 약입니다. 복용 중단 시 DHT가 다시 증가하면서 개인의 유전적 경향에 따라 탈모가 재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연령이 증가하면서 진행 속도가 완만해져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탈모가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감수성이 핵심 입니다.